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비서실 소속 정무ㆍ민정ㆍ국민소통ㆍ인사ㆍ시민사회 수석비서관 5명이 7일 사의를 표명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부동산 정책 실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최근 상황에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만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표는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부동산 정책에 이어 정부 정책 기조와 달리 고위공직자들 다수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민심의 이반을 불렀다. 그 한가운데 청와대 참모들이 있었다. ‘비서관급 이상 중 다주택자는 한 달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권고 이후 보인 행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노 실장이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도 되지 않아 “청주 아파트”라고 정정했다. “비서실장도 인증한 강남불패”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역시 강남권에 아파트를 두 채 가진 김조원 민정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처분하겠다며 시세보다 2억원 비싸게 내놨다가 거뒀다.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는 청와대의 해명에 더 큰 역풍이 일었다.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등 돌린 민심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중 1위가 5주째 ‘부동산 대책’으로 집계됐다. 과반 의석을 무기로 부동산 입법을 독단 처리해 온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1대 총선 이후 최저치인 37%를 기록했다. 여당은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이 잇따라 성폭력 의혹으로 궐석이 됐는데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여성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레임덕은 시간에 따른 현상이 아니라, 권력이 민심과 동떨어졌을 때 나타난다. 레임덕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정권 스스로에 있는 셈이다. 청와대 참모진 일괄 사표 보도에 온라인에 빗발친 “다주택 처분하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냐”는 반응은 폭발 직전에 이른 민심의 불신을 방증한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지금의 고비를 ‘오만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경고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일신해야 한다.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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