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A 레이더 시제품, 우여곡절 끝 4년 만에 성과
1000개 목표물 동시탐지… 내년 KF-X 시제 1호기 탑재
우리 힘으로 만든 ‘전투기의 눈’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가 7일 드디어 공장 밖으로 나왔다. 한국형 전투기(KF-X) 앞머리에 장착되는 AESA 레이더는 여러 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 탐지하는 장비다. KF-X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장비로 꼽힌다. 기술 이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이 5년 전 마음을 바꾸면서 개발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산화 개발은 어렵다”는 비관론 속에 눈물을 머금고 자체 개발에 착수했고 이날 제작 업체인 한화시스템 경기 용인종합연구소에서 시제품을 성공적으로 출고하면서 4년 만에 성과를 내게 됐다.
AESA 레이더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1,000여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탐지거리는 11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중요한 현대 공중전에서 승패를 좌우할 장비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방 강국만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KF-X 사업을 추진하던 2015년 미국의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사로부터 F-35 전투기 40대를 7조4,000억원에 사오면서 AESA 레이더 핵심 기술을 이전 받으려 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애초에 기술 이전 약속을 못 받고 비싼 전투기만 사온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글로벌 호갱’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에 매달리는 당국을 향해 “죽은 자식 XX 만지기”라는 질타까지 나왔다.
군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KF-X의 성패를 가를 핵심 장비를 수입하게 되면 온전히 ‘한국형 전투기’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에서도 “AESA 레이더 국산화는 어렵다”며 독자 개발 능력을 의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독자 개발이 추진됐다. 개발 능력을 의심한 국회는 '입증시제' 제작 과정을 포함해 두 차례 중간 점검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입증시제는 정식 제품 제작 전 미리 만드는 테스트 개념 제품이다. 남세규 ADD 소장은 이날 출고식에서 “기술 확보도 어려웠지만 여러가지 오해로 인한 질타는 훨씬 더 힘들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과 탑재 과정이 남아있지만 AESA 레이더를 출고하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하다”고 했다.
실제 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는 입증시제를 시험 평가한 이스라엘 엘타사에서도 “기대 이상”이라고 호평할 정도로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 전 국회 국방위 소속으로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ADD를 방문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보란 듯이 성공적으로 개발한 덕분에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고 극찬했다.
이날 공장 밖으로 나온 AESA 레이더 시제품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옮겨진 뒤 내년 상반기에 출고될 KF-X 시제 1호기에 탑재된다. AESA 레이더와 ‘한몸’이 된 KF-X는 향후 5년간 시험비행을 한 뒤 2026년 최종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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