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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여는 세종대로

입력
2020.08.10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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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 이후 시청교차로-세종대로사거리 구간 상상도. 서울시 제공

'세종대로 사람숲길' 공사 이후 시청교차로-세종대로사거리 구간 상상도. 서울시 제공

세종대로에 보행자의 통행과 자전거의 통행, 그리고 대중교통을 위한 공간, 조경공간을 새롭게 마련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이 많고, 도로 주변에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고도로 집중되어 있는 세종대로의 변화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를 넘어, 도시 내 도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도로가 갖는 자동차와 속도 일변도의 목표에서 벗어나, 자동차 이외의 도로 이용자에 대한 균형 잡힌 배려와 안전성, 편의성, 접근성 등 길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본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자동차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야말로 본래 목적에 충실한 도로일 것이다. 고속도로처럼 주변에서 방해하는 활동이 없어 신속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다면, 운전자의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도로다. 그런데 도시에서는 도로 주변의 장소도 하나의 목적지가 된다. 따라서 도시 내 도로는 빠르게 지나가도록 하는 이동성뿐만 아니라, 주변의 토지이용 활동과 도로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접근성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로의 공간을 누가 얼마나 사용하는 것이 기능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한 것이다.

잘 알려진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경우, 극도의 혼잡과 끊임없는 교통사고 위험을 겪고 있던 브로드웨이의 차로공간을 축소하고 보행공간을 확대하여 공공 공간의 질을 제고함으로써, 유동인구 32% 이상 증가, 보행자교통사고 35% 감소, 보행자 통행편의 증대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맨해튼의 성공사례는 전 세계의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 기후변화, 인구감소, 교통체증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도시는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세계의 도시들은 새로운 도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길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자동차만을 위한 길을 보행자와 자전거가 나누어 쓰도록 하면서, 편안하고 쾌적한 거리를 조성하는 것은 에너지를 더 적게 쓰면서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매력적인 길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차로를 줄이는 것만으로 좋은 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자전거나 신교통수단을 위한 공간을 얼마나 마련할 것인지, 닥쳐올 폭우나 혹서에 대응하는 가로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활성화된 매력적인 가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등, 힘들게 마련한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새롭게 조성되는 세종대로는 당면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까지 '도로다이어트'가 시행된 가장 치열한 도로의 선례가 될 것이다. 세종대로의 성과와 한계를 딛고 앞으로 제2, 제3의 세종대로가 뒤를 잇기를 바란다.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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