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정 등 선박 3척 전복 1명 사망ㆍ5명 실종
수초섬 고정하려다?참변… 7명 수문 빨려들어가
사망자 20㎞ 떨어진 남이섬에서 발견
춘천 의암댐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작업을 하던 민간 고무보트가 전복되자 경찰정과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이 구조에 나섰으나 3척 모두 뒤집혀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초당 최대 1만톤의 물을 쏟아내는 가운데 선박과 작업자가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 댐 밖으로 휩쓸리는 사상 초유의 사고다. 폭우와 댐 방류로 물살이 거센 상황에서 굳이 고난도의 작업을 해야 했는지는 물론, 안전수칙 준수여부를 비롯해 책임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6일 오전 11시 30분쯤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에서 일어났다. 댐으로부터 4㎞ 가량 떨어진 중도 배터에서 수초섬이 의암댐 방향으로 떠내려가자 이를 고정하려던 관리업체 직원과 춘천시 행정선, 경찰정 등 3척이 전복돼 의암댐 수문으로 들어갔다.
당시 경찰정엔 공무원 이모(32)씨와 이모(54) 경위 등 2명, 행정선과 고무보트 각각 5명, 1명 등 8명이 타고 있었다. 전복 직후 행정선에 탑승했던 기간제 근로자 안모(59)씨가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나머지 7명이 6번 수문으로 빨려 들었다. 당시 의암댐은 수문 14개 가운데 9개를 11m 높이로 열고 최대 초당 1만톤을 하류로 빼내고 있었다. 이들이 사고를 당한 의암댐 수문에서 수면까지 낙차는 15.67m다.
이날 사고는 춘천시가 지난 6월 녹조 등 제거를 위해 설치한 인공수초 고정작업 중 일어났다.
춘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송암동 중도배터 선착장 인근에 설치된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가 수초섬 관리업체 관계자로부터 접수됐다. 수초섬은 수위변동과 관계없이 항상 수면에 떠있고, 풍랑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고정닻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급류에 힘없이 표류했다.
이어 오전 11시 2분쯤 춘천시청 환경과에서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됐고, 경찰도 공동대응 차원에서 경찰정을 출동시켰다. 이들은 의암호 스카이워크에서 고정작업을 하려다가 실패했다. 거센 물살 때문이었다.
결국 27분 뒤 강한 급류로 작업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고무보트가 먼저 전복됐다. 이를 구조하려던 경찰정이 곧장 댐을 가로질러 설치돼 있던 와이어(수상통제선)에 걸려 전복된 데 이어 행정선도 구조작업 도중 뒤집혀 수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이어는 방류 시 보트 등이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댐으로부터 500m 가량 상류지점에 가로질러 설치한 접근 한계선이다.
시 관계자는 “고무보트에서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연락을 받았고, 경찰정과 행정선이 보트 탑승자를 돕기 위해 출동한 것”이라며 “위험하니 작업을 중지하라고 지시해 철수하던 중 사고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엔 침몰한 선박 중 경찰정이 가장 먼저 댐 수문으로 휩쓸렸고, 곧이어 행정선 등이 순차적으로 휩쓸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댐에서 쏟아낸 급류의 위력은 거셌다.
실종자 가운데 행정선에 타고 있던 이모(69)씨가 이날 낮 1시쯤 의암댐에서 20㎞ 가량 떨어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낮 12시 30분쯤 사고 지점에서 13㎞ 떨어진 춘천시 서면 춘성대교 인근에선 행정선에 타고 있던 곽모(69)씨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강원대 병원에 입원한 곽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실종된 경찰관 이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구명복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춘천시 남면 서천리 경강교 인근에 긴급구조 통제단을 설치하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의암댐에서 북한강을 따라 가평 청평댐까지 50㎞ 구간에서 경찰, 소방인력 835명과 헬기 7대, 보트 69대를 투입했다. 장기간 지속된 폭우로 유속이 매우 빠른데다, 흙탕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춘천서 관계자는 "유속을 줄이기 위해 수문을 닫게 되면 댐이 넘어갈 수 있어 문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의암댐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용한 모든 인력ㆍ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수색대원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 달라”는 긴급지시를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폭우로 기상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인공수초섬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토목전문가는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의암호 상류로부터 유입되는 물의 양이 많아 유속이 빠른데 왜 작업에 나선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자치단체 등이 작업 시 안전수칙 등을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해보고 매뉴얼 정비 등 후속조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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