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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을 깨워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클래식 공연 기획사 '목프로덕션' 소속 연주자들이 '가장 아끼는 작품' 하나를 매주 추천해 드립니다.
아벨콰르텟에서 활동 중인 비올리스트 문서현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찾는 노래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쓴 미사곡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K.399) 중 5번째 곡 ‘주를 찬미하라(Laudate Dominumㆍ시편 117편)'다.
이 노래를 알게 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문서현은 원래 모차르트의 레퀴엠 광팬이었다. 여러 음반을 비교 분석하며 곡 해석을 달리 하는 걸 즐기다, 어느날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10주기 추모 음악회 DVD를 손에 넣게됐다. 역시나 레퀴엠을 감상하려 틀었는데 소프라노 한 명이 '주를 찬미하라'를 불렀다.
놀랐지만 곧 노래에 적응했다. 아름다운 선율과 소프라노 음색에 숨 쉴 수조차 없었다. 문서현은 "그 뒤부터 이 노래는 나만의 '힐링음악'이 됐다"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거나, 콩쿠르에 나가기 전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같이 힘든 순간마다 힘이 돼줬다"고 했다.
특히 갓 입대했을 때 무척 간절했다. 외부세상과 단절된 채 군대라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했던 그는 힘들 때마다 머릿속으로 멜로디와 악기 하나하나를 연주하며 흥얼거리곤 했다. 문서현은 "훈련소 수료 뒤 부모님과 짧은 면회시간을 보내면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며 "오랜시간 상상으로만 그렸던 소리를 직접 귀로 듣던 순간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작품을 풍성하게 즐기려면 모차르트의 일생, 가사, 곡 구조 등 공부할 게 많지만, "그저 모든 걸 내려놓고 눈을 감고 들어보라"고 문서현은 조언했다. "작곡가의 의도나 가사를 몰라도 음악 자체가 전해주는 신비로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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