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위기 속 의사들의 파업 카드
전공의 하루동안 파업, 대체 인력 충분하지만
파업 이어질 경우 응급의료 시스템 피해우려
정부의 대화 및 협의체 구성 제안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파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당장 7일 하루동안 전국 대학병원 진료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산부인과나 응급실 등 병원의 필수유지업무에 종사하는 전공의까지 이날 파업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의 힘겨루기에 환자들만 불편을 겪게 되는 셈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대국민 담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 집단휴진이나 집단행동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의료계는 일단 예정된 파업(전공의 7일ㆍ개원의와 전공의 14일)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진정으로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할 뜻이 있었다면 파업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대화를 시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집단휴진에 돌입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대학병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레지던트(전공의)들로 구성된 단체다. 25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6,000여명은 주로 교수와 병동을 돌면서 채혈 등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하지만, 수술방에서 교수를 보조하기도 한다. 서울의 '빅(BIG) 5' 대형병원들의 경우 병원마다 전체 의사 인력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500여명의 전공의가 수련하고 있다. 이들이 손을 놓으면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필수의료 인력까지 파업에 동참하기로 함에 따라 진료 공백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에 따르면 6일 오후 현재 70~80%의 전공의가 연차휴가를 내 집단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이에 대비해 △응급실ㆍ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대체순번을 지정하거나 확보해 진료 공백을 막고 △당직 조정 등을 통해 최대한 의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며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 운영으로 비상진료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로 규모가 큰 병원들이라 전임이나 교수를 통해 대체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진료상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응급실은 중증환자부터 진료를 보는 체계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업이 하루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 등으로 이어졌을 때다. 대전협은 이후 14일로 예정된 개원의들의 모임인 의협의 총파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앞서 원격의료 도입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신경전을 벌인 2014년에도 의협이 먼저 집단휴진의 포문을 열었지만 전공의들이 추진력을 키우며 매섭게 파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는 전공의들이 4개월 넘는 장기파업에 동참해 애꿎은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의협 관계자는 "2차 총파업도 9월로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다시 한 번 파업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의료계 총파업에 불을 지핀 의대정원 확충 정책과 관련해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이와 관련해 세부적인 논의사항들이 많이 남겨져 있고, 이를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논의해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증원된 인력 배치를 위한 세부기준과 지역의료 강화방안,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전문과목 등을 의료계와 협의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전날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 문제 등과 관련해 복지부와 대화하기로 한 일정을 전격 취소하며 국무총리와 직접 협의하겠다고 한 데 대해 총리실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의료계에 정부가 강한 메시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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