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 '코로나 비상사태' 칙령 악용
시위 주동자들 칙령 위반 혐의로 소환
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남19) 비상사태 칙령을 활용해 반정부 시위 억누르기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던 공언과 달리 시위가 2주째 계속되자 칙령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강경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사법처리시 시위가 더 격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등 반정부 시위가 변곡점을 맞는 모습이다.
6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매체들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 등 반정부 시위 주동자 5명을 코로나19 비상사태 칙령 위반 혐의로 소환했다. 비상칙령이 대중집회를 금지했는데도 지난달 18일 2,500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크고 작은 집회를 계속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반정부 인사 탄압 중단, 군부 등 적폐 청산,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측은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아논은 경찰 소환 전 "비상칙령은 정치적 행동을 억압하려고 만든 법"이라고 짧은 입장만 밝혔을 뿐 이날까지 경찰 수사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에선 "아논이 실제로 사법처리 될 경우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태국 정부가 먼저 약속을 어기고 비상칙령을 시위대에 적용한 만큼 명분을 쥐고 있는 시위대의 주장이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남은 변수는 아논 등에 대한 왕실모독죄 수사 여부다. 아논은 지난 3일 방콕 육군사령부 앞 집회에서 "과도한 왕실 권력이 민주주의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최고 징역 15년까지 가능한 왕실 모독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경찰이 표면적으로는 비상칙령 위반 혐의를 앞세웠지만 실제 조사는 형량이 높은 왕실모독죄 중심으로 진행해 아논 등을 압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시위 핵심세력 중 한 명인 대학생 A씨는 "우리는 합리적인 입헌군주제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 왕실을 모욕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가진 현장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의 수사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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