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물 교류를 하다 보면 언어권별로 말이 섞이기 마련이다. 특히 단어는 쉽게 섞인다. 우리나라는 고유의 민족어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오랫동안 한자 문화권이었고 다른 문화권의 말까지 들어오면서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 세대가 넘는 오랜 일제강점기와 조선어(한국어) 말살 정책을 겪으면서도 일본말까지 포함하는 복잡한 어휘 체계가 되지 않은 배경에는 우리말을 지켜낸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할 우리말이 엄연히 있는데도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일본식 용어[공란(→빈칸), 구배(→경사), 불하(→매각), 시말서(→경위서), 연돌(→굴뚝) 등]가 마치 ‘전문 용어’처럼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말이 섞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인데도 일본어가 특히 문제인 이유는 그것이 한국어를 없애려고 했던 ‘부자연스러운’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외래어는 우리의 말밭에 포함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라 설명하고 그 예로 버스, 컴퓨터, 피아노를 들고 있다. 외래어 중에는 우리말 속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 마치 고유어처럼 여겨지는 ‘귀화어’도 있다. 여기엔 일본말에서 유래한 것도 많다. 가방, 고무, 빵 등은 서구어가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고 구두, 냄비 등은 일본말이 변한 것이다. 이들은 자연스러운 문물 교류의 결과로 우리말에 귀화한 것이므로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말인 ‘하늘색, 찹쌀떡, 마을 등’을 몰아내고 들어온 ‘소라색, 모찌, 부락 등’과 같은 단어들은 온 힘을 다해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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