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였던 사라(29)는 "일정을 마음대로 짤 수 있고, 일감도 제법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공유경제의 매력에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용돈벌이였지만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 90%가 됐다. 사실상 생업이었다. 얼마간 돈을 모은 사라는 푸에르토리코 섬으로 생애 첫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웠는데, 문제가 생겼다. 태스크래빗에서 들어오는 일감에 대해 30분 안으로 수락 여부를 답해야 하고, 그 중 85%는 수락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 사라는 "대기하는 동안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닌데 막연히 일감을 계속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며 "예측 불가능한 내 일정에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바란(28)은 학교공부를 하면서 승차공유서비스 '우버'와 '리프트'의 기사로 틈틈이 일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최소 사흘은 일해야 차량 유지비를 댈 수 있다. 이틀간 차량 대여료를 벌고 또 하루는 기름값을 벌면, 그 다음에 버는 몫이 수익으로 남는다. 수익을 올리려면 하루 꼬박 12시간을 일해야 할 때도 많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바란은 '현대판 노예'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고 일자리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그는 "공유경제는 나를 '파트너'라 부르지만 ‘독립계약자’에 가깝다"며 "회사는 나를 언제든 자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은 현재 미국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유경제 노동자의 삶이다. 저자는 공유경제 속 모순을 조명하기 위해 종사자 80여명을 인터뷰했다. 대표적인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 4곳(에어비앤비ㆍ우버ㆍ태스크래빗ㆍ키친서핑)의 실태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공유경제 서비스들은 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다. "일하고 싶을 때, 벌고 싶은 만큼만 자유롭게 일하면 된다"며 젊은 노동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저자의 결론은 "오늘날 공유경제가 일으키는 파괴의 결과물은 위태로운 품팔이로 또 하루를 버티는 삶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예 공유경제의 근로방식을 초기 산업사회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빗댄다. 최소한의 휴식도 없는 장시간 근로에다, 일하다 다쳐도 회사에서 보상받을 수 없으며, 노조를 결성할 권리조차 없었던 시대의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공유경제 종사자들은 수 세대에 걸쳐 형성된 노동법 등의 보호에서 비껴나 있다.
공유경제에 부정적이면 플랫폼 서비스라는 혁신을 이해못한 바보 취급하는 시대에, 한 사회학자의 일침은 스마트폰 터치 속에 사라진 노동의 땀을 되새기게 만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