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신과 의원서 60대 남성 흉기로 의사 찔러?
소규모 병원 보안 제대로 되지 않아 폭력상황 취약
부산의 한 의원급 병원에서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 12월 말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지 20개월만에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된 것이다. 소규모 병원일수록 이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와 관련, 60대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9시 25분쯤 부산 북구 화명동 한 병원에서 60대 정신과 전문의 의사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의사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병원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인화 물질을 자신의 몸 등에 뿌리고 10층에 있는 병원의 창문에 매달려 대치하던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씨는 지난 6월쯤부터 조울증 증세로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다. 경찰은 해당 의사가 입원 중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지시 등을 따르지 않아 퇴원하라고 한데 대해 A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흉기와 인화 물질은 병원 외부로 나가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병원은 의사가 1명인 소규모 병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가 본인 한명 밖에 없는 상태에서 순식간에 당해 화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정신질환 진료 내역과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하는 한편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18년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의료인들이 폭력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에는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의료진 안전 대책이 담긴 이른바 '임세원 법'이 만들어졌다. 의료인에게 상해를 입힌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도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병상이 20여 개에 불과한 의원급 병원으로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이나 보안인력 배치가 없는 곳이었다. 부산의 한 의원급 병원 의사는 “많은 소규모 병원들이 보안과 관련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극단적인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 보안인력 배치 등 비용을 들여 대비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의사는 “동네 병원들은 사실상 ‘임세원법’과 관계없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형법상 살인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한 부산지역 한 경찰 간부는 "정신 이상자에 대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감면 또는 감경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유사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한 합당한 처벌 관련 조치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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