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정신과 전문의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흉기로 의사를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현장의 불안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유사한 사건으로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계기로 의료인 안전을 보호하는 '임세원법'이 제정됐지만 비슷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은 2년 전 사건의 판박이다. 60대 살인 피의자는 부산 북구의 한 정신과의원 입원 중 흡연 문제로 퇴원 요구를 받은 뒤 지속적으로 의원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다수 의료인들은 지난해 4월 마련된 '의료법 일부개정안', 이른바 임세원법에도 여전히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한다. 지난 6월에는 전북 전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20대 남성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난입해 의사 머리를 휴대폰으로 수차례 가격해 중상을 입혔고,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노원구 한 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가 5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쳤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병ㆍ의원의 경우 의료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바뀐 의료법은 '100병상 이상 병원'에만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의무 배치하도록 했다. 100병상 이하 병원이나 의원급은 안전 시설을 의무 설치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소규모 병ㆍ의원이 자구책을 마련하려 해도 비용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보안인력 1명 채용에 많게는 연 3,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100병상 이상 병원에 보안 설비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의원급 병원은 여전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임세원법이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보호 받아야 할 대상'임을 인식시키는 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복되는 폭행ㆍ사망 사건을 막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안들이 필요해 보인다. 진료실 내 대피공간과 대피로 확보 지원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소규모 병ㆍ의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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