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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님비

입력
2020.08.0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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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2018년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전단이 나붙었다.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을 단 이 안내문은 '청년임대주택이란 미명하에 70% 이상이 1인 거주 5평짜리인 빈민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며 아파트가 신축되면 볼 피해를 나열했다. 첫 줄이 아파트 가격 폭락이었고, 이어 공사 중 안전문제, 교통혼잡, 일조권 등 환경 훼손, 빈민지역 슬럼화, 우범지역화, 교육 환경 후퇴를 들었다.

□임대아파트 건립 예정지의 일부 주민이 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가격 하락이다. 정말 그런지 알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2006년 이후 10년간 공급된 임대주택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반경 500m 이내 아파트는 임대주택 건설로 집값이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럼화는커녕 재개발에 따른 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개발 규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 등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임대아파트 규모가 커지면 실제로 인근 아파트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재개발임대주택은 245가구 이상, 국민임대주택은 789가구 이상의 경우 100가구 증가할 때마다 인근 주택 가격을 0.7%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저소득층 타깃의 작은 평수만 고집 말고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좀더 넓은 아파트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해볼 만하다는 시사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비에 가까운 임대아파트 반대 여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내 임대주택 공급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이런 주택을 더 지어야 주택난도 해소되고 집값도 안정되는 게 이치인데도 여당 의원과 지자체장까지 나서 이를 외면하니 딱한 노릇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좀 떨어지는 게 그리 못마땅한가. 참으로 끝도 없는 욕심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천박한 것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들이 천박하다는 한 건축가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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