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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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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뉴스1
2018년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전단이 나붙었다.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제목을 단 이 안내문은 '청년임대주택이란 미명하에 70% 이상이 1인 거주 5평짜리인 빈민아파트를 신축하는 절차를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며 아파트가 신축되면 볼 피해를 나열했다. 첫 줄이 아파트 가격 폭락이었고, 이어 공사 중 안전문제, 교통혼잡, 일조권 등 환경 훼손, 빈민지역 슬럼화, 우범지역화, 교육 환경 후퇴를 들었다.
□임대아파트 건립 예정지의 일부 주민이 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 가격 하락이다. 정말 그런지 알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2006년 이후 10년간 공급된 임대주택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반경 500m 이내 아파트는 임대주택 건설로 집값이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럼화는커녕 재개발에 따른 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개발 규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 등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임대아파트 규모가 커지면 실제로 인근 아파트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재개발임대주택은 245가구 이상, 국민임대주택은 789가구 이상의 경우 100가구 증가할 때마다 인근 주택 가격을 0.7%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임대주택을 지을 때 저소득층 타깃의 작은 평수만 고집 말고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좀더 넓은 아파트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해볼 만하다는 시사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비에 가까운 임대아파트 반대 여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내 임대주택 공급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이런 주택을 더 지어야 주택난도 해소되고 집값도 안정되는 게 이치인데도 여당 의원과 지자체장까지 나서 이를 외면하니 딱한 노릇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좀 떨어지는 게 그리 못마땅한가. 참으로 끝도 없는 욕심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천박한 것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들이 천박하다는 한 건축가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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