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구 변화 한국과 비슷... 올해 2537만명 추산
중위연령 34세로 우리보다 낮지만 출산피크 지나
통일효과 미지수... 독일처럼? '전강후약' 예상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7>남북 통일 후 인구학적 대응 셈법
한국은 지정학적 특수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증권가에선 남북이 대치하는 갈등 환경을 '한국적 디스카운트(저평가)'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신용평가 시에도 국가신인도를 갉아먹는 요소다. 심지어 신흥국보다 한국의 디스카운트 범위와 강도 넓고 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지정학적 위험제거가 한국의 미래를 논할 때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그 정점에 통일 이슈가 있다.
인구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는 미래를 짓누르는 대형악재가 아닐 수 없다. 올해만 봐도 출산율 0.8명 대로의 추락은 기정사실화됐고, 생산가능인구를 떠받쳐온 베이비부머는 선두세대(1955년생)부터 65세로 진입한다. 거기에 의료와 간병, 복지 등 고령화가 불러온 난제들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은 인구학적 전선확대가 현실화되는 원년인 셈이다.
그래서 인구문제와 통일이 함께 거론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인구감소의 근본적 해결책이 통일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과연 북한인구 편입되면 인구감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북한의 인구동태 ‘만만찮은 구조변화’
북한의 인구통계는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정기적인 실태 조사가 없을뿐더러 대외전략 차원에서 관련 통계를 축소, 왜곡한다는 혐의마저 짙다. 따라서 북한 인구의 시계열적인 추세 변화는 단편적인 정보를 취합, 분석한 추정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참고 자료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 인구의 구조 변화는 한국 못지 않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국부 격차에도 불구하고 남북은 놀라울만큼 인구 변화의 제반 양상이 닮았다. 물론 북한은 한국처럼 인구학적 위험 수위를 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구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넓고 빠르다는 게 문제다. 방치하면 한국처럼 절망적인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한국과 달리 방향선회를 위한 가용자원이 부족한 터라 손쓸 여지가 적다는 점도 위험을 더한다.
몇몇 자료로 북한인구의 구조변화를 살펴보자. 북한은 1993년과 2008년 인구센서스를 실시했고, 2014년엔 간이조사로 대체했다. 사실상 이것이 공식지표의 전부다. 국제정보기관과 학계연구자 등은 이 자료를 토대로 추정치를 내놨다. 통계청(북한통계포털)도 북한인구를 조사하나, 기준치가 들쑥날쑥해 일관성은 낮다.
요약하면 북한인구는 2020년 2,537만명으로 예상된다. 아직 통계상으로는 증가국면이다(1993년 2,110만명). 반면 최근 20년 간의 인구 증가세가 꺾이고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로이터). 은폐된 징병연령 남성인구와 대기근 사망숫자(약 100만명)를 반영한 추정치다. 일부에선 2010년 2,000만명대로 후퇴 후 줄곧 감소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주성하ㆍ2019)
공통적인 건 낮아진 출산율이다. 즉 인구대체선(2.1명) 아래로 떨어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통계 치를 보면 2005년 2명에서 2020년 1.92명으로 줄었다(CIAㆍ2020). 피임과 낙태를 금지했음에도 저출산이란 건 녹록찮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낳아서 기를만한 환경이 아닌 까닭이다. 한국과 달리 이민제, 즉 국제유입을 통한 인구확보책도 마뜩찮다. ‘자연감소=인구감소’가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고령화는 어떨까. 고령화율을 보면 한국은 2018년 14%를 돌파, 고령사회에 진작에 들어섰다. 2019년 15.92%까지 가파른 상승세다. 후속 출산 급감과 고령인구 급증이 만들어낸 날선 기울기다.
반면 북한은 9.65%에 불과하다. 고령화사회(7%)지만, 고령인구는 한국보다 적다. 노령화지수(65세↑/0~14세)도 북한(47.1%)이 한국(124.6%)보다 낮다. 유소년인구가 고령인구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즉 노년부양비가 한국의 2분의1 수준인 셈이다.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니다. 낮은 평균수명이 고령화율을 떨어뜨려서다.
북한은 1991년 기대수명이 사상최고치를 찍었다(남 71세ㆍ여 77.6세). 이후엔 정치변혁과 자연재해로 사망률이 급증했다. 1998년의 경우 남녀 모두 10년 정도 사망률이 떨어졌다(남 61세ㆍ여 68.6세). 식량난이 몰고온 1996~2000년 고난의 행군기 탓이다. 2019년엔 다소 회복됐다(남 67.7세ㆍ여 75.6세).
그래도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수준인 한국(남 79.4세ㆍ여 85.9세, 2019년 기준)과 비교하면 10년 가량 차이가 난다. 북한의 기대수명이 현재 추세를 따른다면 고령화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제재를 둘러싼 상황 변화가 관건이지만, 추세로는 고령사회 진입은 시간 문제다.
통일 후 인구학적 대응셈법 검토 필요
사실 남한과 북한은 인구 구조가 꽤 닮았다. 덜 낳고 더 늙는 트렌드는 정도 차이만 있지 추세는 비슷하다. 경로 자체도 유사하다. 북한도 1970~95년에 출산 억제를 실시했고, 이후 출산장려로 돌아섰다. 그나마 2002년 시작된 출산장려는 한국보다 몇 년 빨랐다. 그럼에도 불황과 재난 탓에 출산은 지지부진하다. 가중되는 양육ㆍ교육부담이 출산을 가로막는 건 아이러니컬하나 남북 공통이다. 경제활동의 허리 집단이 퇴직 연령에 닿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한국은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65세로 진입했고, 100만 넘게 태어난 최대 집단인 1970~71년생도 10~20년 후엔 잉여인구로 들어선다.
북한도 유사하다. 출산피크(인구코호트)를 찍으며 산아제한 근거가 된 1972년생(48만명)이 50세 턱밑까지 다가섰다. 기대수명ㆍ건강여명 모두 낮기에 생산활동을 책임질 날은 곧 끝난다. 북한은 베이비부머(1954~1973년생) 덕에 출산율 2명 언저리를 최근까지 지켜냈으나, 이들이 은퇴하면 열악한 경제와 복지 상황을 볼 때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물론 아직은 여유롭고 한국보다 낫다. 통일이 한국의 인구문제를 해결해줄 메리트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실제 북한은 젊다. 2019년 34.6세의 중위연령은 한국(43.2세)보다 낮다. 출산율도 아직 괜찮다. 가임여성(15~49세)은 1960년 319만명에서 2010년 660만명의 피크이후 좀 줄었어도 649만명(2020년)에 달한다. 따라서 충격적인 인구변화발 제반갈등을 줄여줄 것이란 낙관론은 논리적이다. 북한의 보유자원과 개발여지, 한국의 축적숙련ㆍ고도기술이 결합되면 저평가 해소부터 국제경쟁력 강화도 기대된다. 냉전종식이 경제활황을 낳았다는 선행경험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장밋빛 전망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인구학적 통일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국보다 정도와 강도가 약할뿐 북한도 인구구조의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고려변수가 많아 조심스럽지만,북한도 한번 꺾인 출산을 되돌리기란 어렵다. 통일특수로 경기상황이 좋아질 수 있지만, ‘소득증가=출산감소’의 인구이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북한의 인구변화가 한국과 닮았다는 지적을 곰씹어봐야 할 이유다.
인구문제로 본 통일이슈는 신중한 편이 좋다. 비용을 줄이고 효용을 늘리자면 꼼꼼한 편익분석과 철저한 상황대응이 중요하다. 당위론에 빠져 현실론을 놓치면 곤란하다. 남북통일이 인구충격을 저감시킬 수는 있으되 전환시킬 확률은 낮다. '아직' 버티는 북한인구가 '이미' 꺾여진 한국인구와 만나 평균치는 개선시켜도 지속은 어렵다.
인구문제와 통일효과는 전강후약(前强後弱)일 확률이 높다. 통일인구의 감소세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독일도 통일 후 동독출산이 급감했다. 질서정연한 통일일지언정 북한출산이 늘 것이란 증거는 없다. 북한인구의 남한이주 효과도 재고대상이다. 북한인구의 남하비율이 높아질수록 국내총생산(GDP)과 소비 등 실물지표는 악화될 걸로 분석된다.(김재현ㆍ2018)
복지비용 또한 늘어난다. 남하인구용 시설확충과 생활보장은 재정지출로 연결된다. 시장형 고용창출에는 시간이 걸려 일시적 재정지원은 불가피하다. 이주억제를 택해도 잔류주민을 위한 재정지원은 필수다. '인구문제+통일효과'의 연결에 꼼꼼한 셈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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