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레이 역? 맡아 열연
"악인은 실생활에서 하지 않는 행동과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인물이니까 상상력을 최대한 끄집어 낼 수 있죠. 그렇게 악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마냥 좋지만은않다. "그런데 들어오는 역의 절반이 악역이에요. 하하"
배우 이정재(48)가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다시 악인으로 돌아왔다. “내 몸 속에 일본놈의 총알이 여섯 개나 박혀 있습니다”라던 영화 ‘암살’의 배신자 염석진,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묻던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만큼이나 압도적인 악역이다. 개봉 첫날부터 '이정재표 악인'에 관객들의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이정재는 형을 죽인 살인청부업자(황정민)를 잡으러 나선 또 다른 암살자 '레이' 역을 맡았다. 레이는 그간의 악역과는 다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잔인하게 죽이는, 그래서 '백정놈'이라고까지 불리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황정민보다 출연 분량은 적은데, 섬뜩한 표정과 위압적인 말투로 영화를 장악한다.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처음 받은 시나리오에는 구체적 설명이 별로 없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나중엔 되레 연기 방향에 대한 고민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레이는 형과 오랫동안 남남처럼 지내온 인물로 설정돼있다. 황정민을 미친 듯 추격하는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면 형에 대한 복수는 그저 핑계 아닐까, 사냥 거리를 찾던 와중에 사냥감이 걸려들어 흥분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레이는 굶주린 맹수다. 푹 꺼진 볼을 만들려고 식사량을 확 줄이고 목에다 문신을, 그리고 화려한(?) 의상을 준비했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누아르 스타일로 시작해 호쾌한 액션 스릴러로 끝난다. 그러다보니 실제 촬영과정에서 액션의 비중이 계속 늘어났다. “원래 시나리오는 총기 액션 위주여서 육박전이 없었어요. 그런데 태국에 가서 액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고생 깨나 했다. “촬영 며칠 앞두고 연습하는데 처음엔 발이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액션 연기에는 스텝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이틀째부터 조금씩 적응이 되긴 했는데 왼쪽 어깨 인대가 파열되기도 했고, 아무래도 체력이 예전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 ‘신세계’에서 ‘부라더’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7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점. 척하면 척이었다.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 데뷔 이후 27년간 배우로 살았다. 최근엔 직접 쓴 시나리오로 연출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주연배우로는 오랜 친구, 정우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게임’ 촬영 중인데, 그 작업 마무리되면 준비해보려구요. 시나리오를 쓴 지는 오래됐어요. 정우성에겐 4년간 주연 제안했는데 내내 퇴짜만 맞았어요. 아직도 출연이 100% 결정된 건 아니에요. 매사에 신중한 분이어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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