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구매처의 상반기 과잉 재고 축적이 주요인
업계 "연내 반등 쉽잖아… 작년 폭락 재연 없을 것"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들어 하락 전환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업황 악화가 우려된다. 업계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지난해처럼 격심한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반도체 경기 호조를 이끌었던 서버 및 개인용컴퓨터(PC)용 메모리칩의 지난달 고정가격이 한달 새 6% 안팎 하락했다. 고정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칩 제조사가 수요처와 대량매매 계약을 맺을 때 체결되는 가격인데, 메모리칩 대부분이 이런 계약을 통해 거래된다. 품목별로 D램의 경우 서버용(32GB 기준) 단가가 전월 대비 6.4%, PC용(DDR4 8Gb)이 5.4% 각각 내렸다. PC·서버의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부품으로 특수를 누렸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단가도 5.9% 떨어졌다.
국내 반도체업계 주력 제품인 D램·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주요 구매처들이 칩 재고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코로나19로 원격교육, 동영상 스트리밍 등 언택트(비대면) 시장이 확대되자 관련 업체들은 수요 급증에 대응(서버 증설, PC 증산 등)하는 한편으로 코로나발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한 재고 확보에 적극 나섰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가 우려와 달리 진정세를 보이자 메모리칩 시장에 '과잉 공급'이 빚어진 상황이다. 실제 세계 클라우드 서버 시장의 3대 강자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모두 2분기 관련 매출 증가율이 1분기보다 둔화됐다.
예상대로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이 현실화하자 시장은 이제 가격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연내 가격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서버업체들이 상반기 D램 구매를 크게 늘렸지만 데이터 트래픽 증가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며 "이들 업체의 D램 재고 조정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고정가격은 통상 분기 단위 계약을 통해 형성되는데, 공급 초과 구도가 지속되자 주요 업체들이 월간 가격 협상으로 전환한 상황"이라며 "8, 9월에도 가격이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상반기 부진했던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면서 스마트폰용 D램이 전체 반도체 가격의 버팀목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휴대폰 제조사 역시 상반기 코로나19를 의식해 D램 재고를 늘린 터라 추가 구매엔 한계가 있을 거란 반론이 적지 않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D램(LPDDR4 8GB)의 3분기 평균 고정가격이 2분기보다 8.4% 하락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다만 D램 가격이 연고점 대비 43% 수준으로 내려앉았던 지난해와 같은 가격 폭락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3~4년에 걸쳐 발생했던 수요-공급의 과도한 불일치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만 걷힌다면 D램 가격 조정기는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짧게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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