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의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인데 최근 집중호우로 사상자가 나고, 큰 재산피해가 발생해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불거진 ‘오보청’ 논란에 대해 이 같이 사과하며 “우리나라의 강수 예보정확도는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상청의 강수맞힘률(70%)은 일본 기상청(76%)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강수맞힘률은 실제 관측된 날씨에 대해 얼마나 잘 예보했었는지를 따져 계산한다.
한 달 넘게 한반도 상공에 머물며 물폭탄을 퍼붓는 ‘긴 장마’에 대해 김 청장은 “시베리아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는 등 고위도 지역 대기순환이 엉키면서 나타난 극단적인 이상 기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을ㆍ겨울에도 비가 내리기 때문에 이번 긴 장마로 국내 장마철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우기(雨期)처럼 변했다고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예보정확도 향상 방안으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개선 △지방자치단체의 기상 관측망 확보 △예보관 전문성 강화를 제시했다. KIM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78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내 독자 수치예보모델로, 올해 4월부터 실전에 투입됐다. 일본 기상청 수치예보모델(GSM)을 쓰다가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10년 영국 모델(UM)로 바꾼 기상청은 국내 지형 맞춤 예보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 한국형 모델을 개발해왔다. 이로써 한국은 전 세계에서 독자 예보모델을 갖춘 9번째 국가가 됐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기상청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청장은 “국내 지형 특성 반영 작업을 진행, 2022년부턴 KIM만으로 예보하는 기상주권국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KIM과 UM을 함께 사용한다. KIM의 기술수준은 UM의 98.9% 정도다. 그는 이어 “최근 강원도 내 기상관측망을 기상청이 관리ㆍ운용하기로 하는 등 관측망을 조밀하게 만드는 노력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인 한국은 기상 변화가 심해 촘촘한 관측망 확보가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핵심요소로 꼽힌다.
예보관 역량 강화를 두고는 대내적으론 전문성 확보 교육이, 대외적으론 “예보관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격려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김 청장은 “기상예보를 수정하면 정확한 예보를 위해 노력했구나 생각하기 보다는, 이전에 부정확한 예보를 했다고 지적하는 분위기”라며 “잘못한 부분은 고쳐야겠지만 이 같은 상황에선 예보관들이 그 무게를 견디며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보관 이탈은 예보정확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내부 조사에서 예보관 업무를 희망하지 않는 직원은 절반 이상(전체의 57%)이었다.
김 청장은 예보정확도 향상과 함께 기상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기후변화로 물류ㆍ레져 산업에서 정확한 예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2023년까지 기상ㆍ지진 장비 인증센터를 구축, 국내 기상장비 제조사가 정부 인증을 받아 제품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상산업 규모(2018년 기준)는 4,8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0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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