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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월 며칠’의 사연

입력
2020.08.0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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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금을 비싸게 팔려면 ‘소’와 ‘금’으로 나누어서 팔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그렇게 쪼개진 소금은 더 이상 소금이 아니다. 돈을 벌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원래 하나인 말은 나누어 쓸 수 없는 법이다.

이와 달리, 원래 다른 말이었는데 하나인 듯 합쳐진 말도 있다. 먼저 ‘부리나케, 부랴부랴, 불현듯’은 불에 뿌리를 둔 말이다. ‘불이야, 불이야’를 외치면서 서둘러 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불현듯’은 깜깜한 밤에 불이 켜지듯이,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에서 시작된 ‘할아버지, 한길, 한 아름’은 모두 크다는 뜻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계절의 우리말인 ‘철’은 ‘철새, 철들다, 제철 음식’에 쓰이고 있다. 계절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철든다는 말처럼 그만큼 생각도 자랄 것이다. 그 계절이 되면 철 지난 옷을 옷장에 넣으면서 제철 과일을 기다린다.

귀하지 않거나 편하지 않은 상태는 각각 ‘귀찮다, 편찮다’라고 한다. 어린이의 언행이나 태도가 의젓하면 ‘점잖다’고 칭찬한다. 옛말에서 ‘젊다’는 ‘어리다’라는 뜻이었으니 어려 보이는 아이가 의젓하여 기특하다는 말의 역사가 남아 있다. 흔히 ‘몇일’로 잘못 알고 있는 ‘며칠’이 ‘몇일’이 아닌 데는 오래된 사연이 담겨 있다. ‘몇 월, 몇 시, 몇 개’의 틀에 따라 ‘몇일’이라 쓰지만, ‘몇’에 붙은 ‘일’은 한자어 일(日)이 아니라 날을 뜻하는 고유어이다. 이 말은 ‘이틀, 사흘, 열흘’과 같은 계통으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쓰시던 말이다. 비록 언중들은 어원을 잊었을지라도, 말은 삶이 이어지듯 살아남는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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