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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도 찾아야 하고 복구 한창인데 비 더 오면..." 시름 깊은 천안·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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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람도 찾아야 하고 복구 한창인데 비 더 오면..." 시름 깊은 천안·아산

입력
2020.08.04 16: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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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넘는 폭우로 2명 실종·비닐하우스 침수 등 피해기존 하수도 용량 한계... 폭우 오면 피해 되풀이 불 보듯

지난 3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천안 삼일아파트 인근 충무로 사거리에 침수된 차량. 독자제공

지난 3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천안 삼일아파트 인근 충무로 사거리에 침수된 차량. 독자제공


"살아 돌아오는 기적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마을. 전날 오후 2시 3분쯤 폭우에 산사태가 발생, 토사에 쓸리면서 하천에서 실종된 주민 2명에 대한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트와 드론을 동원한 119구조대원과 경찰 등 150여명은 하천과 인근 송악저수지를 샅샅이 뒤졌다.

마을이장 주영덕(75)씨는 "살아있기만 바랄 뿐이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시신만은 온전했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오이 주산지인 천안시 병천면에선 농민들이 침수와 밀려온 토사로 쑥대밭이 된 비닐하우스 복구 작업에 정신없이 바빴다.

수확이 한창이던 오이재배 비닐하우스 12동이 물에 잠겨 수확을 포기한 농민 이상익(55)씨는 "답답하지만 하늘이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자포자기 했다.

천안과 아산, 예산, 당진 등 충남 북부지역에는 지난 3일 0시부터 4일 새벽까지 2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최대 강우량은 아산시 배방읍 273mm, 천안 북면 267mm 등으로 1명이 사망하고 실종 2명, 이재민 620명이 발생했다.

주택도 623가구, 상가 112개소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농경지 2,807ha가 침수되거나 유실 매몰됐다. 차량침수 44대, 정전 26곳, 축대붕괴와 농경지 사면유실 등이 183곳에 이른다.

폭우로 자갈밭으로 변한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의 논에서 한 농민이 집에서 떠내려간 가스통을 꺼내 오고 있다.

폭우로 자갈밭으로 변한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의 논에서 한 농민이 집에서 떠내려간 가스통을 꺼내 오고 있다.


피해는 천안과 아산에 집중됐다.

특히 천안과 아산의 도심은 배수용량의 한계로 시내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천안 서북구 이마트 앞 도로는 하수의 역류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다. 동남구 홈플러스 앞 상황도 마찬가지로 시민 발길은 묶이고 차량은 물에 둥둥 떠다녔다. 남산전통중앙시장에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올랐다.

KTX 천안아산역 인근, 신방동주민센터 앞, 성환읍 복모리 하수처리장 등지 지하차도에서는 차량 10여대가 침수됐다. 업성수변도로와 용곡동 천변도로, 성정지하차도, 청수지하차도 등 천안시내 대부분의 지하차도는 침수로 통제됐다.

천안IC 부근이 물에 잠겨 고속도로에서 빠져 나오는 차량들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아산도 마찬가지였다.

아산온양여고 인근, 신정호 주변, 배방 21번 국도, 염치읍내 등 아산 시내 모든 지하차도에 물이 차 오후 한때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남산터널은 호우로 인해 쓰러진 나무 복구작업으로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모종동 인근 아산천과 온양천, 탕정면 매곡천의 범람위기로 인근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밤사이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범람 위기를 놓였던 주요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서 임시대피 시설에 있던 천안 아산지역 200여 이재민들은 모두 귀가했다.

충남도는 구호품 300세트와 매트리스 360개, 담요 500장, 텐트 300개를 긴급 지원하는 한편 파손됐던 도로와 하천 제방 등 공공시설 325곳에 대한 보수 작업에 나섰다.

3일 오후 폭우로 침수된 아산시 온양관광호텔 사거리. 독자제공

3일 오후 폭우로 침수된 아산시 온양관광호텔 사거리. 독자제공


하지만 5일까지 충남 북부에 100∼500㎜ 이상 비가 예보돼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날처럼 폭우가 쏟아지면 똑같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천안 도심 하수시설의 배수용량은 1시간 강우 80.3mm, 2시간 지속 강우 시116.8mm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지난 3일 천안에는 시간 당 82.5mm의 비가 내려 설계 수준을 넘었다. 게다가 연일 내린 비로 도심 주변 하천의 수위가 높아졌고, 지표면엔 빗물이 스미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 도심침수로 이어졌다.

또한 하수도 일부 구간은 오물과 쓰레기 등의 침전물이 쌓여 설계용량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천안과 아산은 급속한 도시팽창으로 폭우 시 물을 담아 도심주변 저수조 역할을 하던 논과 밭이 사라져, 폭우 시 침수 현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폭우를 대비해 저류시설과 관계시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같은 폭우가 반복되면 침수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천안=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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