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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허용"→"은마 안 돼"→"혼선 사과"… 첫날부터 꼬인 주택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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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층 허용"→"은마 안 돼"→"혼선 사과"… 첫날부터 꼬인 주택대책

입력
2020.08.04 20:00
수정
2020.08.05 0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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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50층ㆍ용적률 500% 허용"
정부, 서울ㆍ수도권 13만2000호 공급 발표
서울시 등 반발… "사전조율 안 된 졸속"? 비판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한 지 한달 여만인 4일 전격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대책'이 출발부터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른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해 서울의 아파트 층수제한(일명 35층룰)을 풀고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을 최대 500%까지 늘리기로 했는데, 논의를 함께한 서울시가 정부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공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계획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성난 민심을 잡기 위해 공급물량 확보에만 주력하느라 사전 조율도 제대로 못하고 졸속 대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서울시 '35층 룰' 두고 이견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서정협 서울특별시장 권한대행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ㆍ4대책)을 발표했다. 서울권역에 13만2,000호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신규택지 발굴로 3만3,000호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과 고밀화를 통해 2만4,000호 △공공참여형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7만호 △노후 공공임대 재정비 등 도시규제 완화로 5,000호 등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공공재건축(5만호)과 공공재개발(2만호) 등 정비사업과 관련된 것이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을 처음 도입하기로 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사업에 참여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하고 층수를 최대 50층까지 허용하는 혜택을 줘 민간 주민조합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늘어난 개발이익의 절반 이상은 공공주택 형식의 기부채납으로 환수할 계획도 내놨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35층룰' 탓에 부진했던 강남구 은마 아파트와 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의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부 발표 불과 3시간 후 열린 별도 브리핑에서 "공공재건축 아파트의 35층 층고 제한을 50층으로 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순수 주거용 아파트는 여전히 35층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이런 입장에 대해 "용적률 상향에 대해선 서울시와 분명한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재건축을 하면 자연스럽게 종상향(용도지역 변경)이 이뤄져 용적율이 상향되고 50층 아파트 건축도 가능해질 것이란 취지였다"고 맞섰다. 결국 서울시는 이날 뒤늦게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닌데 오해 소지를 드려 사과한다"고 한발 물러섰고, 홍남기 부총리도 "서울시와 이견이 없다"고 재차 봉합에 나섰다.

신규택지 개발도 순탄치 않을 듯

신규 택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서울 공릉동 태릉골프장(1만호) △과천정부청사 주변 유휴부지(4,000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미군 캠프킴 부지(3,1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이전부지(1,000가구)△국립외교원 유휴부지(600가구) △마포구 상암DMC 부지(2,000가구) △서부면허시험장부지(3,500가구)등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중 조달청과 정부과천청사, 국립외교원 부지에 공급하는 주택은 최대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자 과천시가 곧장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청사 유휴부지에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시민과 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이라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태릉골프장이 있는 노원구도 이날 "인구 과밀과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상암동 DMC가 속한 마포구청 역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공급확대 의지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지만 서울시나 지자체들과 전혀 협의가 안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는 ‘부동산 3법’(종부세법ㆍ소득세법ㆍ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최대 6%로 상향되고, 양도세 최고세율도 현행 62%에서 72%로 올라간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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