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예정됐던 자산압류 확정 늦춰져
법조계 "현금화 지연효과 크지 않을 것"
일제 강제동원 소송의 피고인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자산압류명령의 확정을 앞두고 즉시항고 계획을 밝혔다. 4일 0시부터 법원의 압류 명령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피해자 측에선 "즉시 항고를 한다고 해서 현금화가 더 지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맞섰다.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일본제철의 즉시항고 계획에 대해 "시간끌기 전략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그러나 "항고를 하려면 '압류 결정에 문제가 있다,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위법한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즉시항고를 한다는 것은 절차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이날 "향후 자산 처분을 위한 절차에 즉시 항고하는 등 적절히 대응해 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0시부터 자산압류명령에 대한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일본제철이 7일 후인 11일 0시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으면 압류가 확정될 예정이었다.
임 변호사는 또한 일본제철의 즉시항고 방침으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 명분도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소송 당사자(일본제철)가 직접 다투겠다고 한 이상, 법원의 결정 이전에 일본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심각한 사법주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일 요미우리TV에 출연해 보복 조치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자산 강제 매각 결정 시 맞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본제철이 즉시항고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자산압류가 무효화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지연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시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민사집행법 제15조 6항에 따라, 일본제철의 한국자산인 피엔알(PNR) 주식 8만1,075주(액면가 5,000원 기준 4억537만5,000원)의 압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법원의 자산압류결정이 PNR에 송달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일본제철은 해당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일본제철이 즉시항고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압류명령의 효력이 일시 중지될 수는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18년 10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자산압류명령 신청을 냈다. 지난해 1월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압류를 결정했지만, 일본 정부의 비협조로 일본제철에 송달되지 않아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올해 6월 공시송달을 결정했고 기한을 이날 0시로 잡았다. 공시송달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한편, 압류된 일본제철의 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매각명령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별개의 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PNR의 주식감정절차가 진행 중이고, 지난해 6월 '절차에 의견이 있으면 60일 내 서면으로 제출하라'는 채무자 심문서를 일본제철에 보낸 상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비협조로 채무자 심문서 역시 송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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