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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코노미, 멘털데믹, 코로나 카스트…달라진 세상, 쏟아지는 신조어들

입력
2020.08.05 11:40
수정
2020.08.05 16: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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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방역 레스토랑' 전경. 출처 : 식당 인스타그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방역 레스토랑' 전경. 출처 : 식당 인스타그램

코로나19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넘어서 엔데믹(Endemic, 주기적 발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러스 감염병의 유행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바이러스 X’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초불확실성(Hyper Uncertainty)이 지배하는 상황이다.

큐코노미의 도래

강력한 전염병은 새로운 특징들이 표준이 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격리ㆍ방역경제를 의미하는 큐코노미(Qconomy; Quarantine Economy)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오랜 문화와 전통까지 바꾸고 있다. 이제 방역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감염병에 대한 인간의 대응 행동으로 생겨난 새로운 표준이 사회ㆍ문화ㆍ경제 전반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인류 보편의 인사방법이었던 악수 예절도 사라지고 있다. 접촉을 전제로 한 인사 예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중국의 전통 인사법인 ‘공수법’을 제안하기도 했고, 영국에서는 찰스 왕세자가 자신의 양 손바닥을 마주치는 인도식 ‘나마스테 인사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염병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준으로 행동 양식이 바뀌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반찬을 공유하는 식사 문화도 바뀌고 있다. 중국에서는 둥근 테이블을 돌려가며 식사를 하는 음식 공유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전염병 때문에 사람들이 식당을 찾는 것을 꺼리자, 급기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사람 사이를 유리벽으로 차단해주는 방역 레스토랑(Quarantine restaurant)이 등장했다.

네덜란드의 한 식당에서 유리벽으로 차단한 손님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는 모습. 출처 : 식당 인스타그램

네덜란드의 한 식당에서 유리벽으로 차단한 손님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는 모습. 출처 : 식당 인스타그램

감염병의 공포는 안티 바이러스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향후에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비즈니스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전염병 때문에 건강과 위생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각종 살균·제균 기술들이 새롭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살균과 상관없던 산업 영역에서도 안티 바이러스는 중요한 트렌드 키워드로 부상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서도 자외선 램프나 공조장치의 열풍을 활용한 살균 솔루션이 주목받는다.

전염 위험으로 인해 '비접촉'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체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거나, 접촉이 필요 없는 자동주문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모바일 앱을 통해 생활의 다양한 편의를 해결한다. 직장에서는 화상회의 앱을 통해 원격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대학교 등에서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현실에서의 감염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 등의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언택트 라이프’를 만들어내고 있다. 체코의 한 커플은 MMORPG 게임인 '검은 사막'에서 지난 5월 가상 결혼식을 올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 자외선 살균 개념도.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 자외선 살균 개념도. 현대자동차 제공


멘털데믹과 심리 방역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사람들의 심리상태이다. 정신을 의미하는 Mental과 감염병을 의미하는 Epidemic을 합성한 ‘멘탈데믹’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며 이제는 신체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 방역’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우울, 무기력, 불안,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 등을 통해 매일 접하는 코로나19 재난 소식은 전염병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간접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종의 ‘대리외상 증후군’을 발생시키고 있다. 전염병 재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다스리기 위한 다양한 처방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멘털 케어 서비스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심리 방역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명상앱, 숙면 영상 콘텐츠, 백색소음, ASMR 등 마음을 다스리는 가상 서비스인 일명 버추얼 스파(Virtual Spa)가 인기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 디바이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ㆍ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일명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 문제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경제력의 유무가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흑인들이 백인들에 비해 감염률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은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가 사회계급 분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 근무의 가능 여부, 감염병 위험의 노출 정도, 해고와 실직의 위험 수준 등에 따라 4개의 사회 계급(원격근무가능자 · 필수노동자 ·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 잊힌 노동자)으로 분화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인도의 계급제도와 유사한 ‘코로나 신(新)카스트’가 도래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초호화 벙커. 회사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초호화 벙커. 회사 홈페이지 캡처

반면, 해외의 부유층은 코로나19의 위험을 피해 ‘프라이빗 아일랜드’인 외딴 섬에서 호젓하게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지난 3월 27일 미국의 CNBC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개인용 항공기나 호화 요트 수요가 수십 배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벙커 제조업체 ‘서바이벌 콘도’는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이 벙커 내부에는 수영장, 체육관은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공기정화장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가격이 6억원대에서 3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로서 ‘프라이빗 이코노미’ 트렌드가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상품ㆍ서비스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로 인해 생기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의 문제도 심각하다. 젊은이들은 디지털 기술에 능숙하지만 고령층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이나 온라인 뱅킹 같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부족 사태가 생겼을 때 젊은이들은 모바일 앱으로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미리 파악하고 재빠르게 구매할 수 있었지만 노인들은 약국 앞에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재고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빨라지는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되는 취약 계층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패러독스

자연환경의 변화도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명 ‘코로나 패러독스’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활동이 줄어들자 자연환경이 오히려 빠르게 회복되기도 했다. 나사에서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에 중국 상공의 대기질이 확연히 깨끗해졌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는 150㎞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이 30년 만에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이후 자연이 회복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2,000년 만의 가장 슬픈 휴식”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현 상황을 묘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국의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은 인간의 위선적 모습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대기질을 비교한 위성 사진. NASA 제공

중국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대기질을 비교한 위성 사진. NASA 제공

코로나19 역시 인간의 자연 파괴 활동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 학계의 유력한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던 자연계 속의 박쥐 같은 숙주를 옮겨 다니며 생존을 이어가던 존재였다. 그런데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훼손하여 자연계의 숙주 숫자가 급격하게 줄면서,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감염이 가능케 되었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자연 생태계 파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쥐 등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더욱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인류는 탐욕스러운 욕망으로 끊임없이 부풀려온 과거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인류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무너진 자연환경을 복구하고 미래의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디바이드로 인해 양분되는 사회 갈등의 모습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특히 감염병이 장기화될 때 소외되는 경제적 빈곤층과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리고 재난의 시기에는 많은 사람이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정책적 지원과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먹구름이 잔뜩 낀 현재 우리는 길고 긴 전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먹구름 뒤편에는 언제나 은빛으로 빛나는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이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언젠가 우리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붕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넥스트 노멀의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연대와 협력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으로 이제부터 담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ㆍ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7년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1코노미' '트렌드코리아 2010~2020' 시리즈에 이어 코로나19 이후 소비트렌드를 분석한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를 최근 출간했다.

<용어 정리>

◆큐코노미 : 격리(Quarantine)와 경제(Economy)를 합성한 신조어로서 전염병으로 인한 불안심리로 외부접촉을 꺼리면서 대면 소비가 위축되는 경제현상
◆멘털데믹: 정신(Mental)과 전염병(Epidemic)을 합성한 용어로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정서적 충격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현상
◆코로나 디바이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
◆로버트 라이시 코로나 4 계급
-제1계급(35%): 원격근무가능자(The Remotes)로 전문직, 관리직, 기술직에 해당하는 사람들
-제2계급(30%): 필수업무종사자(The Essentials)로 경찰 소방관, 의료계 종사자, 배달 근로자 등. 이들은 감염병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제3계급: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The Unpaid)으로 식당 서비스업, 여행업 종사자 등.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해고와 실직 위험에 노출된다
-제4계급: 잊힌 노동자(The Forgotten)로 불법이민자, 재소자, 노숙인 등이다. 이들은 감염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위험한 상태이다
◆코로나 패러독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인간의 활동이 크게 줄어들자 자연환경이 빠르게 회복되는 역설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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