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에겐 치명적인 오른손 마비를 딛고 ‘왼손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온 미국 피아니스트 리언 플라이셔가 2일(현지시간) 볼티모어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졌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오른손 마비에도 왼손을 사용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한편 지휘자이자 교육자로 활동해온 미국 음악계의 거장이다. 192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인 1944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하며 주목 받았다. 1952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조지 셀이 지휘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브람스, 베토벤 협주곡 등 여러 명반을 남겼으나 한창 활동할 나이인 37세 때 근육긴장이상증에 걸리며 위기를 맞았다. 오른손이 마비돼 연주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을 찾아내 연주하고 지휘에도 도전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오른손이 회복되기 시작해 간간이 양손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40년 만에 양손 연주로 녹음한 음반 ‘투 핸즈’(2004년 발매)는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미국에서만 10만장이 팔려나갔다. .
고인은 교육자로서도 유명했다. 피바디, 커티스 음악원, 토론토 왕립 음악원 등에서 가르친 그는 국내에도 신수정 이대욱 강충모 등 제자들을 여럿 뒀다.
고인은 2005년 내한해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와 슈베르트 등의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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