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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고위 공무원 성비위 견제를 어떻게? 갈 길 먼 서울시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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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고위 공무원 성비위 견제를 어떻게? 갈 길 먼 서울시 대책위

입력
2020.08.03 17:50
수정
2020.08.03 2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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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을 돌며 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서울시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을 돌며 직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련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서울시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직원 성추행 의혹을 계기로 서울시가 성비위 관리 사각지대로 꼽혔던 시장 등 선출직 고위 공무원의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하지만 시가 조직의 수장인 시장의 성비위를 내부적으로 견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를 비롯해 앞서 충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에 조직 내 최측근들이 침묵하면서 피해자의 호소가 무력화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외부에 견제 기구를 둬 선출직 고위 공무원들의 성비위를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는 3일 '성차별ㆍ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린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의 목소리를 반영해 시 내부에 존재하는 성차별ㆍ성희롱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9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소식이 알려진 뒤 25일 만에 내놓은 조치다.

대책위는 시 성평등위원회 위원인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여성ㆍ시민ㆍ청년단체에서 3명, 학계에서 1명, 교육ㆍ연구기관에서 2명, 변호사ㆍ노무사 2명 등 외부위원 9명과 시 여성가족정책실장, 행정국작 등 시 내부 인원 6명 등 총 15명이 참여한다. 대책위는 피해자 보호 및 일상 복귀 지원을 비롯해 2차 가해 방지 및 재발방지 대책과 성차별 문화 개선 및 성 평등 문화 확산 방안 등을 찾는다. 더불어 선출직 공무원 성범죄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과 성차별적 직무 부여 등 조직 운영방식 개선 방안도 내놓는다. 여기에 5급 이하 직원 20명 내외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가동해 성차별적 관행과 제도 등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런 시의 계획을 두고 안팎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성차별ㆍ성희롱 매뉴얼이 아니라 그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시장에 때론 비판적 목소리를 내야 할 최측근 별정직 공무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시의 신고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은 만큼 시가 아닌 여성가족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선출직 고위 공무원을 별도로 감시하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송다영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에 여가부 장관과 전국 시,도 여성가족정책실장이 모인 자리에서 선출직 고위 공무원 성비위 관련 대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답했다. 시는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중심으로 내달까지 성희롱 근절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사혁신처는 성비위 징계시효를 기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입법 예고하며 공무원 성비위 처벌 수위를 높이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자체장 성비위로 인한 피해자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선 성비위 연루시 단체장의 즉각적인 업무 배제 등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권력형 성비위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 분리"라며 "지자체장 성비위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단체장이 성비위에 연루됐을 때 면책 특권과 별도로 업무 배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무직 공무원의 성비위 등의 문책은 개인이 아닌 기관에 대한 경고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행법상 개인에 대한 감찰이나 징계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난처해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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