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1리 마을 초토화
2일 오전 산양저수지 제방 붕괴로 물바다
다행히 인명피해 없지만 재산피해는 커
현장 방문 진영 장관 "최대한 지원하겠다"
주민들은 시큰둥 "주민얘기는 왜 안듣나"
3일 오전 수마가 할퀴고 간 경기 이천시 산양리 466 산양저수지 아래쪽 산양1리 마을 입구.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전 7시쯤 밤새 내린 장맛비로 담수량 한계치에 도달한 산양저수지가 범람과 동시에 제방이 무너지면서 산양1리 마을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폭 60m, 깊이 9.5m, 담수량 6만5,000여 톤의 물이 한꺼번에 마을을 덮친 것이다. 폭 3~4m, 깊이 1~2m 정도의 수로가 있었지만 역부족, 결국 마을로 역류하면서다.
이천지역에는 지난 1일 호우주의보가 내려진데 이어 2일 오전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이틀새 내린 비는 350mm 이상이었고, 순간 강수량은 2일 오전 11시 기준 79.5mm를 기록했다.
다행히 저수지 위쪽에 거주하던 주민이 저수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이천시 등에 알리면서 마을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산피해는 막대했다. 저수지 물이 모두 빠져나간 뒤 하루 만에 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아연실색했다. 흙물이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이불과 옷가지 등은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샌드위치패널 등으로 지은 창고 10여 곳이 대부분 완파됐고, 마을 초입에 시에서 지어 준 정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마을 50여 가구 중 아래쪽에 위치한 30여 가구가 이런 피해를 입었다.
한 주민은 “집 앞에 세워 놓은 오토바이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니 400m 정도 떨어진 OO집 앞에서 발견됐다”며 “70년대 한 차례 물난리 후 30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단 저수지 물이 모두 빠진 상태여서 추가 침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장대비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모씨는 “집에 와 보니 물이 허리춤까지 찼는지 가재도구와 이불이 여기저기 널브러졌다”며 “비라도 그쳐야 복구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비가오니 또 (수로의) 물이 넘칠까 걱정도 되고, 복구작업을 해야 하나 고민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역류했던 수로는 이날 오전부터 다시 내린 장대비로 범람 수위에 10~20cm만을 남겨둔 채 계속 물이 유입되고 있다. 한 주민은 수로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엄태준 이천시장은 “제방이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산양리 등의 소하천이 청미천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청미천의 깊이가 낮아 물이 역류한 것도 원인”이라며 “청미천의 준설작업이 상류지역인 경기 안성시까지만 이뤄지고 있어 이를 확대해야 상습침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미천은 폭이 넓은 편에 속하지만 깊이는 상대적으로 낮아 준설작업이 전 구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청미천의 준설작업은 지자체 역량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정부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산양저수지에서 3km 정도 떨어진 이천시 율면 본죽저수지도 범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민대피령이 내려졌지만 다행히 제방 붕괴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주민들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진영 행정안전부장관이 방문, 피해 상황을 직접 살폈다.
김희겸 경기 행정1부지사는 진 장관에게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 “해당 저수지는 1960년대 만들어진 소규모 저수지로, 한국농어촌공사의 관리대상(담수량 30만 톤 이상인 저수지)에서 제외된 상태”라며 “이런 저수지가 경기도에만 243개가 있고, 70%가 1960년대 지어진 노후 된 시설인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진 장관은 “50년 이상 된 저수지는 약할 수가 있고, 물이 넘치게 되면 붕괴위험이 크다”며 “다른 저수지는 괜찮은 지 도와 시에서 확인해 보고해 달라”고 했다. 이어 “주민들이 집에 못 들어가니 계실 곳을 잘 마련하는 등 불편이 없도록 해 달라”며 “저수지 복구 시 결함이 있으면 보완하고, 정부도 최대한 지원하겠다. 더욱 튼튼하게 지어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마을 입구 다리를 좀 높여달라고 건의하려고 왔는데 현장만 둘러보고 그냥 가버렸다”며 “현장까지 왔으면 공무원들 브리핑도 좋지만 주민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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