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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근 ‘임대차 3법’이 전세 소멸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는데,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다. 전세 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긴 맞다. 월세를 살아야 하는 무주택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전세 때에 비해 커질 것이라는 얘기도 옳다. 5억원 전세의 경우, 대출이자를 연 3%로 치면 주거비는 연간 1,500만원이 든다. 반면 현 전ㆍ월세 전환율 상한 4%만 적용해도 월세로는 연간 2,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 다만 전세 소멸이 임대차 3법과 민주당 탓이라는 건 다소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이 좋든 싫든 분명히 하자면, 정작 정책적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에 앞장선 건 박근혜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경기부양책으로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을 폈다. 그리고 같은 취지에서 2014년 초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라는 기만적 대책을 통해 월세 세액 공제 등의 당근책을 가동하며 전세의 월세 전환을 적극 유도했다.
▦ 박근혜 정부의 월세 전환 정책으로 2010년 각각 32.8%와 24%이던 서울의 전ㆍ월세 비중은 2016년에 이미 26.3%와 28.5%로 역전됐다. 전세 고갈 책임 역시 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저간의 경위를 거쳐, 지금의 임대차 3법이 아니라도 전세의 소멸, 전세의 월세 전환은 이미 대세로 굳어진 게 엄연한 현실이란 얘기다.
▦ 전세는 고금리와 집값 상승이 맞물린 상황에서 유효했다. 집 주인은 고금리 투자 자금을 빌리는 대신 목돈으로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른 투자에 나서는 게 유리했고,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금을 ‘저축’해 놓고, 추가 자금을 확보해 자기 집을 사는 사다리로 활용했다. 하지만 금리가 현격히 낮아지면서 그런 ‘윈-윈 구도’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제 전세의 종말이 대세라면, 정부는 월세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 및 공공임대 확대 등 시대 변화에 맞는 주거 대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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