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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갈등이 본질인 WTO 제소에 일본 편든 미국

입력
2020.08.0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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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앞줄 가운데)씨가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앞줄 가운데)씨가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일철주금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듣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ㆍ부품 수출 규제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에 대해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편을 들어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 열린 WTO 분쟁처리소위원회에서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며 논의에 반대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번 발언이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반복한 것일 뿐이라고 해석하고 있으나 WTO 분쟁에서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은 이번 입장에 대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내린 조치에 WTO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안보상 이유를 들었지만 WTO가 안보 문제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의 규제는 애초 안보가 아니라 과거사 보복이 분명했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일본이 내세운 안보상 우려는 이후 우리 정부 조치로 해결된 상태다. 미국의 일본 편들기가 자국의 중국 때리기 방어 목적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지금은 법원의 일본제철 압류 주식 현금화 개시로 한일 강제징용 갈등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8월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14일), 광복절(15일)로 양국에 긴장이 감도는 달이다. 이달 하순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재연장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나온 미국의 입장 표명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제철 국내 자산 매각 절차 개시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장은 강제징용, 위안부 등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엇갈리는 사법부 판단이나 대중의 역사인식에서 접점 찾기가 어렵다. 문제 해결에 다가서려면 양국 정부가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우선이다. 과거사 해결에는 오랜 시간과 다양한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WTO 한일 분쟁은 일본이 표리부동한 수출 규제를 풀면 해결될 문제다. 미국도 한일 간 갈등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현안에 접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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