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 호우 피해 때문에 취소를 전격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엔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휴가를 반납했다. 2년 연속 여름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업무를 마친 뒤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주말을 사저에서 보냈다. 연차를 활용해 이번 주 중반까지 머무를 예정이었으나, 주말 호우로 피해가 커지자 3일 오전 청와대로 복귀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기습적 폭우로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재산상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인명 피해 최소화를 최우선에 두고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호우가 그친 뒤 다시 휴가를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경호 문제도 있고, 다음 주 이후 잡힌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일정에 맞춰 휴가를 떠났던 일부 청와대 참모들도 휴가를 반납가고 복귀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한 번도 여름 휴가를 마음 편하게 즐긴 적 없다. 취임 첫해인 2017년엔 휴가 출발 하루 전날 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호’를 발사했다.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등 상황을 챙긴 뒤 당초 출발 예정 시각보다 12시간이 지나고서야 경남 진해로 휴가를 떠났다.
2018년 7월 30일부터 닷새간 충남 계룡대에서 보낸 여름 휴가 때도 문 대통령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리비아 무장민병대에 피랍됐던 우리 국민의 생존 소식이 알려졌고, 문 대통령은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청와대로 조기 복귀해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하극상을 보였던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4박 5일짜리 '7말 8초' 여름 휴가를 계획했다. 그러나 일본이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국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지자 아예 휴가를 취소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2박 3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약속한 ‘연차 전부 소진’은 올해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대응을 위해 올해 하루도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엔 50% 이상의 연차를 사용했으나, 지난해엔 21일 중 5일(23.8%)밖에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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