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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이제 현경이가 저를 일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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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이제 현경이가 저를 일깨워요”

입력
2020.08.04 06: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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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 KLPGA 투어 2승을 거둔 박현경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최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가 열린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함께 웃고 있다. 제주=김형준 기자

2020 시즌 KLPGA 투어 2승을 거둔 박현경과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최근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가 열린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함께 웃고 있다. 제주=김형준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ㆍ솔레어)은 최근 제주시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자신을 잘 따르는 멘티(mentee) 박현경(20ㆍ한국토지신탁)과 1,2라운드를 동행했다. 재작년 박현경이 예선을 거쳐 출전한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동반 라운드를 펼쳤지만, 둘이 국내 프로무대에서 한 조에 편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동행이 그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었던 건 지난 겨울 쌓은 인연 덕이다. 지난해 골프계 기대 속에 루키 시즌을 치렀던 박현경은 임희정(20ㆍ한화큐셀) 조아연(20ㆍ볼빅) 등 신인들이 8승을 합작했던 사이 단 1승도 챙기지 못해 꽤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같은 코치 아래서 훈련하게 된 걸 인연으로 고진영에게서 많은 조언을 얻었다. 특히 고비 때마다 무너지던 정신력을 언니 덕에 가다듬었다는 게 박현경의 설명이다.

스윙과 정신력을 업그레이드 한 박현경은 2020 시즌 국내 개막전인 KL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우승 한을 풀었다. 지난달 열린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시즌 2승째를 거두며 KLPGA 유일의 다승자가 됐다.

2일 막을 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은 “사실 내게 조언을 구한 후배는 거의 없었다”며 “내가 무서워서 그런지,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현경이를 보고 내 신인 시절과 비슷한 모습이 많이 보여 현경이 얘기에 귀 기울이게 된 것 같다”며 “현경이는 자신의 얘기에 공감해주는 언니가 있다는 점 때문에 조금 더 마음이 편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현경(왼쪽)과 고진영이 지난달 31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다. KLPGA 제공

박현경(왼쪽)과 고진영이 지난달 31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다. KLPGA 제공


고진영에게도 듬직한 멘토가 있었다. 지금은 세 아이 엄마가 된 서희경(34)이다. 고진영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진영고진영고’를 통해 중학교 3학년 때 서희경이 너무 멋있어 당시 서희경을 가르쳤던 고덕호 코치를 찾아갔고, 이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지금까지 서희경과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고 했다. 특히 LPGA 진출을 두고 고민할 때 서희경 부부의 조언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희경 고진영 박현경으로 이어진 ‘멘토링 대물림’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박현경을 보며 그의 골프 인생도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 고진영은 "현경이가 2승을 하고 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 우승했다고 했는데, 오히려 현경이 덕분에 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 나 또한 좋은 후배를 둔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현경의 청출어람도 이번 대회에서 얻은 기쁨 가운데 하나다. 동반 라운드를 펼친 2라운드까지 박현경은 고진영에 두 타 앞섰다. 이를 두고 고진영은 "(2라운드 때는)나도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박현경 샷은 거의 다 핀으로 향하더라"며 "(현경이를 보며)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동행했던 박현경에게도 힐링이었다. 박현경은 “이번 대회 때는 언니와 골프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이틀간 함께 걸으며 일상 얘기를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각자의 단짝인 반려견 대박이(고진영)와 드림이(박현경) 얘기 또는 LPGA가 재개된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등이다. 고진영은 공동 20위, 박현경은 공동 51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지만, 두 선수 모두에게 썩 나쁜 결과만은 아니다. 고진영은 “샷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하고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높아진 완성도를 확인했다”고 했다. LPGA 무대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내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좀 더 시간이 흐른 뒤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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