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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이런 허점 메워야 '세입자 쫓아내는 비법' 힘 못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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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이런 허점 메워야 '세입자 쫓아내는 비법' 힘 못 쓴다

입력
2020.08.03 04:30
수정
2020.08.03 04:4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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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입증, 합의금, 손배청구 대목 보완책 마련해야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임대차3법 반대모임 등의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빌딩 앞에서 열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하는 집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참석자들은 이날 임대차3법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임대차3법 반대모임 등의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빌딩 앞에서 열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하는 집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신발투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한 참석자들은 이날 임대차3법에 대해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이며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


“집 주인이 실제로 들어가 사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우편함을 뒤져서 증거를 모으거나 흥신소를 이용하는 세입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시해도 손해배상금이 생각보다 얼마 안 나올 거 같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세입자한테 임대료를 올려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세입자 쫓아내는 비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세입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되면서 임대인들이 대응 마련을 공유하며 ‘법의 허점’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부동산 업계나 법조계에서도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세 가지를 골라 봤다.

①"들어가 살테니 나가달라"는 집주인… 실거주 입증은 어떻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점은 ‘실거주’라는 예외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다.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도 집 주인이 실제로 거주할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거나, 직계존속(부모 등)이나 직계비속(자녀 등)이 살아도 된다.

문제는 계약이 거절돼 집을 비운 세입자가 집 주인이 실제로 들어와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집주인이 공실로 나둘 경우에도 문제 삼기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 주인이 직접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후 집을 비워두더라도 반드시 실거주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국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청구권 행사를 거절당한 세입자가 기존 임차주택에 제 3자가 임대 거주했는지 여부 등 임대차 정보를 열람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는 내년 6월 이전에는 임대차계약에 대한 신고 의무가 없어 약속을 어기고 다른 세입자가 입주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②집주인-세입자 합의금… 다음 세입자에 전가될수도

집주인과 세입자가 별도의 ‘합의’를 할 경우 예외가 인정되는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임대인이 이사비나 임대료 몇 개월치 등을 주고, 세입자가 이에 동의하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시장이 초과 수요 상태인 가을 이사철이나, 학군 문제로 전세 수요가 많은 대치동, 목동 같은 지역에서는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계약 해지 비용을 그대로 새로운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고 임대료 자체도 크게 올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임대 매물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인 상황에서는 계약해지 비용이 상당하더라도 집주인이 이를 감수하고 계약을 종료시킨 후 새로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크게 올리거나 반전세로 돌리는 방식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③손해배상 청구,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새로 생긴 조항인 ‘손해배상청구권’도 분쟁의 씨앗이 될 조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2년(계약갱신을 받아들였을 때 기존 세입자가 더 살 수 있었던 기간) 이내에 다른 사람에게 그 집을 빌려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있는 금액은 △계약 갱신 거절 당시 3개월치 임대료(전세금은 전액 월세로 전환, 법정 전환율 4% 적용) △집 주인이 다른 세입자에게 얻은 임대료와 계약 갱신 거절 당시 임대료 차액의 2년분 △갱신 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큰 돈이다.

만약 보증금 5억원에 전세를 준 임대인의 경우 3개월치 임대료인 약 600만원을 세입자에게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합의금이나 새로운 계약을 맺으면서 올릴 수 있는 임대료를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보증금이 이보다 훨씬 낮은 지방의 아파트에선 손해배상금이 100만원 미만인 아파트도 많을 수 있다.

세입자가 손해배상금을 높이려면 집 주인이 다음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얼마나 올렸는지를 파악하거나, 자신이 입은 손해가 3개월치 임대료보다 더 크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소송에 들어가지 않는 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증거 수집과 변호사 선임 등에 드는 기존 집주인과의 분쟁 비용, 소송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손해배상청구가 세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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