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좁은 장마전선, 시간당 최대 70㎜ 폭우
16명 사망ㆍ실종...정부 호우대응수준 '최고' 격상
주말 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시간당 30~7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인명ㆍ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일 1명이 숨진데 이어 2일 하루 15명이 사망ㆍ실종됐다. 태백선과 충북선 등의 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충북 북부지역에서도 하천ㆍ저수지 범람 위기로 주민 수백 가구가 긴급 대피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를 남북으로 좁다랗게 형성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분석하면서 많은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어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정부는 호우 대응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장마기간 동안 우리나라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가 강하게 유입되고,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느리게 북상하면서 강수영역의 형태가 달라졌다. 현재 장마전선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이 중부지역에서 강하게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고기압 가장자리로 따뜻한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면서 동서로 길고 남북으로 좁은 비구름대가 형성된 상태다.
폭이 좁은 비구름대는 장마전선이 정체돼 있는 지역에서 마치 양동이에서 물을 붓듯 강한 비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통상 이맘때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장마전선도 한반도 전반에 걸쳐 넓게 형성돼 전국 곳곳에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이번엔 특이하게 좁은 비구름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서울ㆍ경기와 강원 영서를 중심으로 최대 250㎜ 이상의 매우 많은 비를 쏟아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강한 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장마전선이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에서 북상하고 있는 제4호 태풍 하구핏(HAGUPIT)으로부터 다량의 수증기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채찍질'을 의미하는 필리핀어인 하구핏은 3일 대만을 지나 4일 중국 상하이에 상륙하고 5일 칭다오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다량의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르면 2일 밤부터 더욱 활성화되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4일까지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구핏의 영향이 사라지더라도 장맛비는 지속돼 중부지방엔 오는 12일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5~7일의 경우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자리해 국지적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고, 8~10일에도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중부지방에 있는 장마전선과 만나 전라도까지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 11~12일에도 장마전선은 중부지방과 북한 지역을 오르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은 “최근 일주일간 중부지방에 100~30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려 하천이나 계곡물이 불어나 있고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라며 “산사태와 축대붕괴, 농경지와 지하차도, 저지대 침수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대응수준을 최고 단계인 3단계로 높였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으며, 호우특보가 확대 발효되자 이날 오전 1시부턴 2단계, 오후 3시부터는 3단계로 격상했다. 국지성 호우로 이미 인명ㆍ재산피해가 속출한데다, 집중호우까지 예보되면서 비상대응에 나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