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과 낙인 (8.4)
모든 소수자 차별은 으레 구저분한 명분의 바닥에 '다수' 즉 '나'와 내 집단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칙살맞은 계산을 깔고 있다. 그 계산은 오해이고 왜곡이며, 역사가 증언해온 바 얄팍한 역설이다. 차별주의자의 '다수'는 공동체와 맞서는 다수이며, 차이와 다양성을 부정하는 난폭한 '패거리'로서의 다수일 뿐이다. 모든 역사는 민족 혈통 종교 사상의 '순수 패거리'를 위한 차별의 흠집들로 얼룩져 있다.
차별은 낙인(social stigma)으로 시작된다. 낙인은 차별을 통해 더 깊이 각인된다. 낙인-차별의 메커니즘은 질병, 특히 정신질환자들도 흔히 겪는다. 정신의학자들은 환자가 질병 자체보다 사회적 낙인 때문에 더 고통받는다고도 말한다. 대표적인 게 '조현병(Schizophrenia)'이다.
조현병은 뇌 신경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한 기능 저하로, 환시 환청 등 환각이나 망상, 말과 행동이 조리를 잃는 와해, 기분장애, 인지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조현병은 유전ㆍ생물학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로 10대 말~30대 초에 발병한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완치는 어려워도, 약물과 심리치료 등으로 대부분 증상 통제ㆍ조절이 가능하다.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회는, 특히 언론은 조현병 환자를 위험한 타자로 낙인 찍어 왔다. 조현병(환자)은 범죄 등 극히 예외적인, 부정적 맥락에서 언급되기 일쑤였다. 그럼으로써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했다. 낙인은 환자의 고립감과 자존감을 짓밟고, 교육과 고용 등 차별을 정당화한다. 그렇게 배제ㆍ차별한다.
1988년 8월 4일 MBC 뉴스 생방송 도중 한 조현병 환자(당시 24세)가 스튜디오에 침입해 "내 귀에 도청 장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알려진 바 그는 그 전에도 후에도 유사한 소동을 거듭 빚었다. 그가 고발한 것은 '도청 장치'가 아니라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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