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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 부양자의무기준 '폐지' 아닌 '개선' 초안에 중생위원들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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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료급여 부양자의무기준 '폐지' 아닌 '개선' 초안에 중생위원들도 반발

입력
2020.08.03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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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끊겼어도 가족 중 소득 있으면 비수급
대표적인 복지 사각지대...2015년에만 93만명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초안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대신 '개선'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의에 참여하는 민간전문가들조차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부양의무제를 모든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폐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정부가 사실상 파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2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한 2차 종합계획 초안에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의료급여 부양자의무기준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3년 마다 실태조사 및 급여 적정성 평가 등을 거쳐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종안은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31일 열린 본위원회에서 2차 종합계획을 확정하려 했지만 기준중위소득 결정 논의가 길어져 다음으로 미뤘다.

민간위원 "대통령 공약 파기나 다름없어"

문제는 해당 초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외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명백함에도 예산 등을 이유로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취지다. 또 2023년까지 적용되는 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공약했던 임기 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의 한 민간위원은 "폐지는 방향성이 분명한 반면 개선은 광범위한 개념이라 사실상 폐지하지 않겠다는 걸 돌려 말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부양의무자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부양의무자기준은 본인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가족(부양의무자)이 있으면 수급을 받지 못하게 한 장치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게 당연시되던 과거와 달리 서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래거나 소식이 닿더라도 소원한 가족이 많아지면서 되레 이 장치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2017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연구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에 발목 잡혀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 문 대통령이 부양의무자기준의 전면 폐지를 공약했던 것도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된 지금이 적기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 적기라는 지적이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ㆍ장년층의 이중부양 부담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2년 70.7%에 달했지만, 2010년 36%에 이어 2018년에는 26.7%까지 낮아졌다. 이에 반해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9.7%에서 51.3%, 54%로 급증했다. 2차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은 "사회적 공감대나 합의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망설여왔던 것처럼 예산 논리로 의료급여에 대한 부분을 미룬다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폐지 어렵다면 계획이라도 마련해야

다만 의료급여의 경우 교육ㆍ주거ㆍ생계급여와 달리 수급자의 의료행태에 따라 소요 예산이 급증할 수 있는 만큼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관련 계획이라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간위원은 “1차 종합계획 수립 당시 부양의무자기준의 점진적 폐지를 제시했었는데 2차에서 개선에 그친다면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폐지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 계획이라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하는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원회 내 소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다른 급여들과 달리 의료급여는 심의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아직 해당 심의위가 제안한 안건을 아직 위원회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이번주 중으로 총괄소위 차원의 회의를 거친 뒤 다음 본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본위원회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세종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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