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유관중 체제 돌입
… 전국서 명승부
K리그 유관중 체제 전환 첫날, 관중들은 성숙한 의식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이들은 “어렵게 맞은 ‘직관(직접관람)’기회가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며 실천의 이유를 전했다. 경기가 열린 제주와 전주, 성남, 인천 등 대부분의 구장들을 찾은 관중들도 거리 두기를 철저히 실천한 모습이었다.
1일 제주와 전남의 하나원큐 K리그2(2부리그) 2020 경기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5시쯤부터 관중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연령과 성별 불문,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래 계획보다 두 달여 늦은 5월 개막한 뒤,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던 K리그는 약 개월 만인 이날부터 경기장 최대 수용 인원의 10% 이내의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고대했던 ‘직관’ 기회이기에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만난 관중들은 티켓 확인과 발열 체크, 전자출입명부 스캔, 손 소독 등 입장 과정에서의 방역 수칙을 번거로이 여기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경기장에 도착한 전수민(15) 양은 “(K리그 직관이)너무 설레서 잠을 설쳤다”며 “그 동안 중계로만 경기를 보고, 본 경기를 다시 돌려보기도 했다”고 했다. 동갑내기 친구 김서연 양과 거리를 두고 경기를 봐야 하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면서 “거리 두기를 지켜가며 경기를 볼 것”이라고 했다.
구단은 세 자리마다 한 자리씩 주황색 테이프를 붙여 ‘착석 가능구역’을 표시해 뒀고, 가족 또는 연인 단위로 온 관중들도 거리 두기를 철저히 실천했다. 매년 연간회원권을 구매해 아들과 경기장을 찾았다는 김병우(41)씨는 아들 재용(10)군과 거리를 뒀다. 김씨는 “경기장 내에서 음식물 섭취가 어렵다고 해 식사를 미리 하고 왔다”며 “아들과 함께 직관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경기 중에도 관중들은 육성응원 대신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고, 하프타임엔 화장실 앞 거리 두기도 대체로 잘 실천된 모습이었다. 이날 전국 경기장 가운데 가장 많은 유료관중(2,959명)이 모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엔 경기장 꼭대기까지 관중들이 거리 두기를 실천한 채 관전했다.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엔 986명이 모였고, 제주월드컵경기장엔 853명이 입장했다.
오랜만의 유관중 체제에서 명승부들도 나왔다. 전북은 후반 9분 포항 송민규에게 첫 골을 허용하고도 후반 15분 손준호, 24분 김보경의 연속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최용수 감독이 사임한 FC서울은 성남과 원정 경기에서 윤주태의 멀티골에 힘입어 토미가 한 골을 넣는데 그친 성남에 2-1 승리를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번 시즌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던 인천은 전반 22분 터진 아길라르의 선제골로 시즌 첫 승에 다가설 듯 했지만, 광주 엄원상에 내리 두 골을 내준 뒤 펠리페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1-3으로 패했다. 광주는 이날 승리로 강등권에서 멀어졌다. K리그2 상위권 도약을 노렸던 제주와 전남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K리그2 하위권 안산은 선두 수원FC를 2-1로 꺾었다. 그 사이 대전하나시티즌은 충남아산FC에 2-1 승리를 거두며 수원에 승점 한 점 차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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