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1일 현재 다주택자인 비서관급 이상 참모는 8명으로 이들 모두 내부 권고에 따라 1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을 처분했거나 처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고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주택을 매각하는 모양새여서 진정성도 의심되긴 하나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직 윤리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 전원이 매각 의사를 밝힘에 따라 파장은 일단락됐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우선 지난해 12월 노영민 비서실장의 공개 매각 지시에도 계속 미적대다가 이달 초 재차 매각 권고가 나온 뒤 실행에 옮긴 참모들이 적지 않다. 당초 다주택자 문제로 교체가 유력했던 민정수석은 강남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하면서 유임으로 정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노 실장부터 2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강남이 아닌 청주 아파트를 팔겠다고 했다가 비난 여론이 커지자 강남 아파트도 판다고 손을 들었다. 그나마도 일부 비서관들은 끝내 집을 팔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나는 길을 택했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 권고를 재산권을 침해하는 포퓰리즘이나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부동산 정치’로 보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 사이에선 부동산 정책의 신뢰 위기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 29%, 국토교통부ㆍ기획재정부 고위공직자 31%, 국회 국토교통위ㆍ기획재정위 의원 30%가 다주택자다. 이들이 과연 공정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회의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을 비롯해 정권 핵심 인사들이 ‘1가구 1주택’이 상식인 사회로 가도록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 1회용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차제에 고위공직자의 경우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주택은 백지신탁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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