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월곳리에서 발생한 탈북민 월북 사건 조사 결과 한강을 건너간 월북자의 모습이 감시카메라와 열상감시장비(TOD)에 7차례 포착됐지만 당시 경계병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31일 밝혔다. 초소에서는 김씨가 타고온 택시 불빛을 보고도 추가로 확인하지 않았고, 탈출구인 배수로 철조망은 무용지물이었다. 지난해 6월 삼척 북한 목선 입항 사건 때 지적된 경계 소홀, 감시 장비 무용이 되풀이된 것이다. 합참은 책임을 물어 해병 2사단장을 보직 해임하고 관련자를 징계하기로 했다.
전방 경계는 넓은 지역을 제한된 인력으로 감시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장비의 도움을 빌려야 하고 그만큼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작전이다. 사건 당시 경계병은 밤 2시 넘어 김씨가 타고 온 택시 불빛을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봤다면서 현장을 살펴보지도, 보고하지도 않았다. 배수로 상황도 하루 2차례 확인한다지만 얼마나 건성으로 했으면 철조망 훼손도 없이 빠져나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카메라와 TOD를 제대로 활용하는지도 의심된다. 영상 분석 결과 월북자가 식별되는데도 당시는 다른 부유물과 구별되지 않아 몰랐다는 건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TOD 녹화기능에 장애가 있어 마침 사건 시간대 복구에 실패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장비 설치에 들인 예산이 아깝고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물샐 틈 없다는 그동안 군의 자랑은 거짓 아닌가. 하기야 국방장관조차 북한 보도를 접한 청와대 연락을 받고서야 사건을 알았다니 경계병이나 부대장만 탓할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에는 경찰의 허술한 대응도 일조했다. 월북자는 탈북 5년이 안돼 경찰의 신변 보호 중인데다 성폭행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었다. 심지어 월북 다음 날 경찰에 탈북 의심 신고를 했다는 사람도 있다. 전방경계에 실패한 군과 탈북자 관리에 느슨했던 경찰 모두 비슷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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