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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동안 선배 찾아가" 조선 문신 엄경수가 고백한 '관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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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동안 선배 찾아가" 조선 문신 엄경수가 고백한 '관료 갑질'

입력
2020.07.31 13:19
수정
2020.07.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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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진 옷을 입고 50일 동안 밤마다 선배 집을 찾아다니며 명함 종이를 돌려야 했다. 고약한 선배를 만나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관직에 나가는 것을 허락해달라며 음식을 대접하면 때론 더 큰 뇌물을 요구받았다. 조선 숙종대 문신 엄경수(1672∼1718)는 생전에 쓴 '부재일기'에 문과에 급제해 1706년 관직에 처음 나가 치렀던 수모를 고스란히 적어놨다. 새내기 신고식은 조선 시대에도 고역이었고, 선배 관료들의 '갑질'은 혹독했다.

고위관직을 지낸 서울 사대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엄경수는 1716년 문한(文翰)을 담당하는 홍문관의 수찬(정6품)을 지냈다. 그가 쓴 일기엔 당대 생활상이 생생하게 담겼다. 한강변에 세워진 29개 정자의 위치와 내력을 빼곡히 적어 당시 권세가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서울 양반의 문화와 서울의 풍광, 벼슬에서 쫓겨난 양반의 궁핍한 생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도 세세하게 실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문신의 담배 예찬과 금연 시도기다.

엄경수는 담배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근심과 걱정, 무료함과 불평이 마음속에 있으면 이것을 의지하여 물리쳐 떨쳐내며, 엄동의 새벽 추위 및 길을 오가는 나그네의 얼굴에 서리가 맺히고 얼음이 가득한 것이 이것을 의지하여 따뜻하게 되며, 시인이 시 구절을 찾고 주인이 손님을 대접하는 등 모든 일에 이것이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 해도 흡연자들의 금연에 대한 고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엄경수는 "이것(담배)을 멀리하려 하나 곧바로 가까이하게 되며 끊으려 하나 곧바로 친히 하게 되니 큰 역량이 없으면 끝내 목적 달성을 할 수 없다"며 "심하구나! 사람이 굳게 지킴이 없는 것이 이와 같을 것이다"라고 일기에 썼다.

엄경수가 1706년 승문원에 들어갔을 때부터 사망한 1718년까지 쓴 일기는 총 8권으로,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돼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부재일기를 국역해 책 3권으로 냈다고 31일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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