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부터 총선 지킨 '국민 장갑' 크린랲 미국 대선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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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부터 총선 지킨 '국민 장갑' 크린랲 미국 대선도 노린다

입력
2020.08.03 08:00
수정
2020.08.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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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장갑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크린랲 승문수 대표
2,900만명이 끼고도 감염자 '0'...K방역 알리미
생분해 제품 개발 등 환경 이슈 해결 위해 박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우려와 함께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국의 정치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에 세계의 눈이 집중됐죠.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으면서 K방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는데요.

이 때 2,900만명 유권자의 감염 책임진 숨은 역군이 있습니다. 바로 '크린랲'인데요.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이름을 아는 국내 식품 포장 비닐랩 시장 점유율 70%의 크린랲이지만 총선을 거치며 '국민 위생장갑'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었죠.

이른바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셈이지만 동시에 다른 고민도 깊어졌다고 하는데요. 생존이 최우선 가치였던 코로나19 국면이 길어지면서 방역은 일상이 됐습니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방역을 위해서는 비닐 제품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비닐 제품은 분명 환경에 부담을 줍니다. 생활 필수품이자 일회용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생존과 환경의 두 가지 숙제를 어떻게 동시에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크린랲 빌딩에서 승문수 크린랲 대표를 만나 그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총선 때 홍보 효과 누렸지만 마스크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어요"

승문수 크린랲 대표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사무실에서 4.15 총선 때 투표소에서 쓰였던 크린장갑을 껴보고 있다. 크린랲 제공

-지난 4ㆍ15 총선에서 '크린장갑'이 톡톡히 역할을 했는데요.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납품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우선 '정말 총선을 하는구나' 생각이 먼저 들었고, '연기되면 안 된다'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더 저렴한 제품도 있었겠지만 불량품으로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품질이 보증된 브랜드를 중요시 했던 것 같아요. 6,000만 장이 필요했는데 한 달 사이 그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회사를 찾기 어렵기도 했겠죠. 크린랲은 지난해 생산량 감소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놔서 물량을 감당할 수 있었어요. 운도 좋았고 여러 상황이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다행히 총선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반응이 있었나요.

"크린랲이 지난해 광고로 40억원 이상 썼는데, 그것보다 효과가 더 컸어요. 저나 직원들 지인이 투표하면서 크린장갑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고, 지금도 고객들이 총선 얘기를 해요. 사실 (총선 투표 관련) 납품을 맡으면서 방역을 위해 크린장갑을 썼는데 혹시라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면 큰 책임을 져야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주변에서는 떼돈 번 줄 아는데 1인당 2장씩 제공해서 실제 총선 매출액은 5~6억원 수준이에요. 크린랲 전체 매출에서는 미미하지만 홍보 효과는 컸죠. 하하."

-코로나19로 많은 업종이 어려운데요.

"일회용품이 방역ㆍ위생에 유리하지만 크린랲 제품은 가정용품 위주다보니, 배달음식 이용 등 언택트 소비가 크게 늘었다고 해도 그 혜택을 보지는 않았어요. 4ㆍ15 총선으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코로나19로 불똥이 튀어 어려움을 겪은 부분도 있고요. 마스크를 리뉴얼 해 올해 초부터 생산업체에서 받기로 했었는데, 코로나19로 물량이 다 공적마스크로 가다 보니 크린랲은 아예 받을 수 없었어요.

KF94, KF80 마스크 판매는 거의 못 하고 차질이 생겼죠. 그 후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덴탈마스크, 비말차단마스크 등은 판매할 수 있었고요. '쉐프장갑' 라텍스 니트릴 장갑도 올 초 새 사업 전략으로 추진하려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술용 장갑 등에 라텍스 니트릴이 부족해서 그것도 못 받고 있어요."

"친환경 제품은 일회용품 회사에겐 영원한 숙제"

4.15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6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감염자 없이 무사히 총선을 마치긴 했지만 당시 환경단체에서는 '총선에 사용되는 비닐장갑을 쌓으면 63빌딩 7개 높이'라며 반발했는데요. 개인이 각자 준비한 장갑을 쓰자는 주장에 당시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는 게 훨씬 안전하다"며 "환경오염 우려는 있지만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그 정도는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죠. 환경보다 생존이 더 시급하다 판단한 것인데요. 이 논란을 바라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일회용품 생산 기업 입장에서 환경보호는 큰 숙제일 수밖에 없죠.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시각이 여러가지일 수 있는데 과연 일회용품을 쓰는 게 정말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주는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을 써서 환경이 오히려 개선된 사례도 있죠. 마쉬멜로우라고 불리는 농사에 쓰는 멀칭필름이 있어요. 수확이 끝나면 이 비닐로 덮어놔야 벌레도 안 생기고 흙도 유실이 안 되는데요. 만약 이 비닐을 쓰지 않으면 농약을 더 많이 써야 해요. 그럼 생태계 교란, 수질 오염 등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직 스스로 녹는 생분해 멀칭필름은 농가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고요. 깊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데, 대안 없이 '일회용품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아쉽습니다."

-크린랲에서 '친환경 크린장갑', '친환경 크린백' 등도 만들고 있더라고요.

"회사 입장에서 환경은 사회적 책임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예요. 크린랲 영업 이익이 연간 100억원이 넘는데, 이중 25~30억원 정도의 환경분담금을 내고 있어요. 2년 전 (제가) 경영을 맡고부터는 환경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비닐은 환경에 좋지 않으니 아예 쓰지 말라'고 하면 아직까진 비닐제품이 주력 상품인데 우리 직원들 다 집에 가야 되거든요. '친환경 크린장갑', '친환경 크린백' 등 제품이 환경부에서 친환경 마크를 받았는데요. 더 깊게 들어가보면 이건 친환경 제품이 아닙니다."

-환경부에서 친환경 마크를 받았지만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고요.

"법 테두리 안에서 친환경이라는 것인데요. 친환경으로 개발한 제품들은 땅에 묻으면 분해가 됩니다. 분해되는 성분을 30% 정도 섞으면 친환경 마크를 받을 수 있는데, 나머지 70%는 여전히 플라스틱 성분이죠. 분해가 된다는 건 나쁘게 얘기하면 미세 플라스틱을 만드는 건데 기준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유래 소재에서 추출, 미생물에 완전 분해되는 생분해 제품을 2년 전부터 준비해 시제품까지 다 만들었어요. 랩은 그 특성을 내기 쉽지 않아 아직 개발 중이지만 비닐 장갑, 비닐 백은 준비됐고 원재료 제조회사 투자ㆍ인수안도 검토, 설비만 일부 개조하면 생산 가능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실제로 한 대학생 환경활동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총선에 쓰이는 위생장갑을 생분해 성분의 제품으로 사용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이미 생분해 제품을 생산할 기술과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크린랲의 생분해 제품을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진짜' 친환경 제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 걸까요.

-생분해 제품을 개발했는데 상용화가 안 되는 이유가 뭘까요.

"현재 크린랲 친환경 제품 매출은 전체의 0.5% 수준 입니다. 일반 제품과 비교해서 원재료 가격이 최소 3, 4배 비싸고 무게도 무겁고요. 아무리 생산과 유통을 조절해도 가격이 2배 이상이 나오죠. 바로 옆에 놓인 기존 제품이 5,000원인데 환경 생각해서 1만원짜리 제품을 집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요.

생활용품 기업은 환경분담금만 납부할 뿐 자동차 업체처럼 정부가 지원하는 친환경 보조금도 없고요. 정부 정책과 소비자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친환경 제품이 대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크린랲은 '진짜' 친환경 제품을 위한 테스트 생산 설비 등을 다 갖춰놓은 상황이고요. 영세한 업체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데, 비닐업체들이 친환경 제품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데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은 한국에선 크린랲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도 생기죠. 시장이 성숙해서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 크린랲의 친환경 제품들이 매장에 많이 깔릴 수 있을 겁니다."

-진정한 친환경화가 가능하려면 갈 길이 멀군요.

"크린랲은 PVC소재 랩을 PE소재로 바꾸면서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PVC는 열을 가하면 발암물질이 나오죠. 과거엔 다 PVC랩을 썼는데 크린랲에서 먼저 PE랩을 출시한 이후에 정부가 PVC랩을 가정용으로 사용하지 못 하게 하는 규제를 만들었어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자 소비자들도 생각을 바꾸게 됐고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제품도 PVC랩을 쓰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지금도 중국 요리 식당에서 배달용으로 대부분 PVC랩을 씁니다. 요즘 난임ㆍ불임 문제도 환경호르몬 영향이 큰데, 이해 관계자가 많아 정부도 규제 나서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생분해 제품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은 매립 방식이 아니라 소각이 쓰레기 처리의 80~90%를 차지해요. 생분해 종량제 봉투 개발도 검토했는데, 매립하지 않고 태워버리면 의미가 없죠. 차라리 PE비닐을 태우는 게 더 나아요. 발암 물질은 안 나오거든요. 친환경 생분해 소재가 발전한 국가는 프랑스, 스페인 등 인데요. 아직까지 매립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구원투수' 등판 후 위기 속 회사는 반등 중

승문수 크린랲 대표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앞으로 경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크린랲 제공

1983년 창업주 전병수 회장이 설립한 후 PE재질 무독성 랩을 개발하며 성장한 크린랲. 재무제표상으로는 대개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왔는데요. 2002년 첫 사회 생활을 크린랲에서 시작했던 승 대표는 2006년부터 가족의 품을 떠나 윈윈차이나컨설팅에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2012년에는 두산전자BG에서 전략기획ㆍ신사업을 담당하다 2017년 윈윈차이나컨설팅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17년 크린랲이 미국 사업 다각화에 실패, 처음으로 영업 이익이 뒷걸음질 치는데요. 당시 위기였던 크린랲이 승 대표에게 전략기획 컨설팅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구원투수'로 돌아오게 되죠. 전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2005년 아들인 전기영 대표가 자리를 물려받았고 승 대표는 또다시 경영 바톤을 넘겨받게 된 셈입니다. 승 대표가 취임한 2018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 크린랲은 반등에 성공했고요.

-취임 후 매출이 크게 개선됐는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크린랲 상반기 실적이 많이 좋아졌는데 2년 동안 회사가 많이 바뀌고 영업력을 강화한게 도움이 됐죠. 코로나19 덕도 있고요. 조직 변화, 원가 개선, 사업 다각화 등 여러 활동을 해왔고 올해 상반기 실적만 영업이익 13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104억원을 돌파했어요. 하반기까지 영업이익 2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의 독점기업 수준이 된 후 안주하다보니 제가 10년만에 회사에 돌아왔을 땐 10년 전 그대로 멈춰 있었습니다. 보고서 양식도 10년 전 그대로 숫자와 문구만 바뀌어있었죠.

특히 4, 5년 전부터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추월했는데 크린랲 제품 판매는 여전히 오프라인 비중이 97%를 차지했어요. 2017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긴 했는데 시장 전체가 10% 가까이 성장한 것에 비하면 2, 3% 성장은 마이너스로 봐야 했죠. 그 동안 직원 임금은 노조 요구대로 꾸준히 약 5%씩 상승해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었고요. 노조와 협의해 성과보상제도 올해부터 도입해 차등 지급하고 있습니다."

과거 국내 점유율 1위였던 로케트 건전지(왼쪽)와 크린랲에서 이 기술력을 활용해 출시한 하이퍼맥스. 로케트전지·크린랲몰 캡처

-사업 다각화 중 건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이 눈에 띕니다. 조금 생소한데요.

"'하이퍼맥스'는 요즘 많이 언급되는 2차 전지가 아니라 1차 전지 부분인데요. 현재 국내에서 쓰는 1차 전지는 대부분이 중국 수입산이죠. 과거 '로케트 전지'라는 유명한 국산 업체가 있었는데 글로벌 기업 횡포로 파산했어요. 회사가 부도난 후 직원 28명이 설비를 사와 3, 4년 열심히 사업을 했지만 잘 안 풀리는 상황이었죠. 국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없었어요. 자본 잠식에 부채만 20~30억원에 달해 실무진에서는 반대했지만 제가 인수를 결정했죠. 하하. 고도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실 기본 생필품 중에도 한국에서 생산이 안 되는 제품이 많아요. 건전지는 크린랲 유통 채널과도 겹치는데요. 매출을 활성화하고 열심히 턴어라운드 시켜보려 합니다."

-활발한 변화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또 어떤 구상이 있나요.

"글로벌 1위 화학기업 바스프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요. 크린랲의 기술을 접목해 광학필름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어요. 전자 소재 자회사 '클랩'을 신설해 바스프 특허 기술을 사오기도 하고 라이센스도 받는 등 연구 개발과 샘플 제작을 진행하고 있죠. 아마 올해 중에는 성과가 나오지 싶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크린랲몰'과 스마트스토어 '깨끗한 보물가게'도 열었는데요. 생산부터 물류, 유통에 판매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팀과 온라인팀을 구축했습니다. 오프라인의 강자가 온라인의 강자도 될 수 있어야죠. 크린랲 제품 뿐 아니라 해외의 믿을 만한 제품을 직수입해 소개하는 총판 역할도 하려 합니다.

해외 18개국에 진출해왔지만 대부분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보따리상 수준이었어요. 해외 현지 시장 공략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중입니다. 글로벌 체인인 아마존과 알리바바에도 입점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보니 아마존에 제품을 올리고 7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는데 한국의 총선 때 쓰인 바로 그 위생장갑이었다는 점이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올해 11월 미국 대선도 한번 노려보려고 합니다. 하하"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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