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문화로 꿈을 꾼다. 전 세계의 호모 사피엔스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왔고 다양한 문명을 이루어 왔다. 유사 이래 가장 번창한 코리안은 지구촌 곳곳에 퍼져 나가 700만명 이상이 6,000여 다른 민족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신라 고도 경주의 아랍 무인상이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 고구려 사신도를 떠올리지 않아도 한국인들은 오랜 문명교류의 역사 속에서 코리안이 된 것이다.
다른 민족과 문화를 알지 못하면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키플링의 말처럼 영국만을 아는 자가 영국을 어찌 알리요? 한국인이 누구인가를 알려면 호모 사피엔스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세계의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한국인의 유전자와 자화상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19세기 제국들은 도시의 가장 중앙에 인류학박물관을 짓고 그들의 찬란한 문화 전통과 세계 곳곳에서 약탈하고 수집한 문화 유물들을 전시했고 문명교류 관점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베를린의 세계문화유산인 박물관 섬과 페르가몬 박물관이 그러하고 런던의 대영박물관이 그러하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뉴욕 센트럴파크의 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그러하며 오사카 민족학박물관이나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이 그러하다. 대영박물관이 없이 빅토리아 시대 영화와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의 저력을 알 수 없듯이 세계의 최고 박물관 유산은 모두 인류학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어디에도 인류학 박물관은 없다. K팝과 한류와 문화융성을 이야기하고 문화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하고 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인류학박물관은 하나도 없다. 한국인의 ‘국뽕’ 의식과 자문화중심주의와 집단주의와 차별의식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도 모르고 한국인이 된 이민자들을 차별하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낯설은 사람들에 관심이 없다.
21세기 코리안이 꿈꾸는 문화번성 프로젝트를 이제는 구체화할 때다.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에 코리안 인류학박물관은 지어야 한다. 그래서 인류문화유산과 문명교류에 기여한 세계속의 한국인들의 저력과 문화 유전자를 문화와 문명 간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용산국가공원에 보존할 유휴 건축물들을 활용하면 최고다. 고고학과 문화인류학, 체질인류학 박물관을 하나로 연결하여 세계적인 코리안 인류학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과 우리의 후손들에게 가장 귀중한 지식공유와 문화향유 공간이 될 것이다. 문화로 꿈꾸고 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용산국가공원에서 글로벌 코리아의 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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