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협심증ㆍ심근경색, 중재시술만 고집하다간 재발 위험 높아져”
알림

“협심증ㆍ심근경색, 중재시술만 고집하다간 재발 위험 높아져”

입력
2020.08.04 04:30
19면
0 0

[전문의에게 듣는다] 심형태 성빈센트병원 흉부외과 교수

심형태 성빈센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을 앓아도 수술 받기를 꺼려 중재시술을 고집하다가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심형태 성빈센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을 앓아도 수술 받기를 꺼려 중재시술을 고집하다가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이다. 관상동맥이 여러 가지 이유로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관상동맥질환이 생긴다.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가슴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관상동맥질환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성심근경색의 경우 돌연사의 70~80%를 차지할 정도다.

심형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장혈관센터 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심 교수는 “수술 치료인 관상동맥우회술이 필요한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인데도 간혹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텐트 시술 등 중재시술을 고집하는 환자가 있다”며 “무리하게 중재시술만 고집하면 시술을 다시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관상동맥우회술은 10년 혈관 개통률이 95% 이상일 정도로 효과가 좋고 재발률은 매우 낮기에 수술을 하면 관상동맥질환을 다시 걱정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차이점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생긴다. 두 질환 모두 전형적인 가슴통증(가슴이 조이며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식은 땀이 나고 운동할 때나 감정이 심하게 바뀔 때 악화)이 나타난다. 협심증은 심근 허혈이 생기지만 심근 괴사된 것은 아니다. 반면 심근경색은 심근 허혈이 지속돼 심장 근육이 괴사한 상태다.

협심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급성심근경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협심증은 종류ㆍ상태에 따라 약물ㆍ운동 등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고, 혈관 내 동맥경화가 심하다면 관상동맥중재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로 수술을 해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은 몇 분 이내에 극심한 흉통은 물론, 심하면 몇 분 이내에 심장 정지로 사망할 수 있다. 목숨을 잃지 않아도 막힌 심장혈관이 있던 심장세포가 죽어 심장에 심각한 기능 장애가 생긴다. 급성심근경색은 응급 치료를 해야 하는데, 막힌 관상동맥을 개통하는 중재시술(풍선 확장술, 스텐트 삽입술)을 대부분 시행한다. 중재시술이 어렵거나 심근괴사로 심장이 파열되는 합병증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

-관상동맥우회술과 중재시술은 어떻게 다른가.

“관상동맥우회술은 병이 있는 부위는 그대로 놔둔 채 자신의 혈관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에 연결해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가슴 밑으로 주행하는 내흉동맥과 다리에 있는 복제정맥, 팔의 요골동맥 등을 자주 사용한다. 지름이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 관상동맥을 부분 절개해 자가 혈관을 연결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중재시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서혜부)나 손목(요골) 동맥으로 풍선이 달린 가는 관을 넣어 좁아진 혈관 부위를 스텐트(그물망)로 넓히는 것이다. 시술은 전신 마취가 필요 없고 시간도 1~2시간 정도면 된다.

국내에서는 스텐트 시술(95%)이 관상동맥우회술(5%)보다 많이 시행되고 있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혈관에 찔러 넣는 것만으로 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법 자체에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와 관상동맥 질환의 정도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이 다르다고 이해하면 된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어떨 때 시행하나.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은 3개다. 막힌 혈관 개수가 적고 병이 심하지 않으면 대부분 스텐트를 이용한 중재적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혈관에 협착이 있거나, 석회화를 동반한 광범위 협착이나 폐쇄가 있거나, 과거 스텐트 시술 부위 재협착 등 중재적 시술이 힘든 병변이라면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번 수술하면 10년 이상 큰 문제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중재적 시술과 결정적인 차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병이 있는 관상동맥의 개수, 좁아지거나 막힌 병변 상태(길이, 석회화 정도 등) 등에 대한 고려사항을 점수로 매겨 치료법을 정한다. 대표적인 산출법이 '신텍스 스코어 시스템(Syntax score system)'이다. 신텍스 스코어가 높을수록 관상동맥우회술을 하는 것이 중재시술보다 장기 생존율이 우수하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심장혈관질환의 증상과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청심환’ 등을 먹거나 손가락을 따는 등의 민간요법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위중한 병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없지 않다. 가슴 통증이 생기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통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중재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은 치료법이라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환자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협의해 결정한 최선의 치료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도움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또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더라도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 복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금연, 혈압 관리, 콜레스테롤 조절, 적절한 운동이 심장혈관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다면 더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