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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멸종? 월세로 시장재편? 임대차 3법, 핵폭탄급 나비효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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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멸종? 월세로 시장재편? 임대차 3법, 핵폭탄급 나비효과 예고

입력
2020.07.31 20:08
수정
2020.08.01 12:12
3면
0 0

예비세입자 전세 멸종, 전셋값 급등할까 불안
"내년 서울 신규입주 올해의 절반... 전세 품귀 부를것"
"임대차 시장 월세 중심으로 급전환 가능성"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30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세입자의 임대 기간을 최소 4년간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31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핵폭탄급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크게 달라진 임대차 제도와 내년 신규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당장 시장에서 전세 공급이 한동안 '멸종'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신혼부부와 이사 예정자 등 새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겐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변할 수 있다. 장기간 전세 중심이던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급격히 월세 위주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졌다.

기존 세입자와 예비 세입자 '엇갈리는 희비'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지수는 전주보다 0.7포인트 오른 103.6까지 올랐다. 이는 2017년 4월 이후 가장 높다.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최근 그만큼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셈이다. 특히 서울은 113.7로 지난해 12월 이후 29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자, 예비 전세 수요자들은 아예 전셋집을 찾지 못할까 봐 초비상이다. 기존 세입자들은 그대로 계약 기간을 연장하고, 적지 않은 집주인이 임대 대신 거주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특히 독립을 앞둔 사회초년생들은 두려움이 더 크다. 서울 구로구의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상담은 계속해 밀려오는데, 보여줄 물건이 없다"며 "나조차도 분가할 생각인데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바뀐 법률의 보호를 받는 기존 세입자들도 고민이 없지 않다. 당장 2년의 계약 연장은 보장받지만, 이후 전세시장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전세살이하는 박모(30)씨는 "직장이 멀어서 이사를 하고 싶은데, 2년 뒤에 매물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예 월세로 빌라에 들어가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제로' 시대 오나

시장에선 앞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제도 변화로 기존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신규 공급이라 할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2만5,021가구)은 올해(4만8,567가구)의 절반(51.5%)에 불과하다. 수도권도 같은 기간 14만258가구에서 11만7,865가구로 15.96% 감소한다. 신규입주 아파트가 줄면, 그만큼 전월세 공급도 줄어들기에 이런 공급 부족은 장기화할 상황인 셈이다.

신규입주 아파트의 전셋값도 지금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 통상 신규입주 아파트는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이번에 임대료 상승률이 5%로 제한되자, 미리 가격을 높여 놓으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준공 5년 미만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21%나 급등해 작년 12월 이후 30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찍었다.

서울 개포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9월 입주를 시작하는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현재 12억원으로, 지난해 인근 래미안블레스티지 입주 당시보다 4억원 정도 올랐다"며 "내년부터 전월세 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까지 늘어나면 이 지역 전셋값은 더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추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추이


전세→월세 대전환 본격화?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급격하게 월세 중심으로 바뀔 거란 전망도 나온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금을 이용해 생기는 이자수익보단 매달 월세 수입이 더 낫다는 계산이 본격화될 수 있다. 실제 현재 법정 전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은 4.0%로,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6월 기준 연 0.89%)보다 훨씬 높다.

이미 조짐도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월세는 0.08% 상승해 전달(0.02%)보다 상승률이 크게 뛰었다. 서울 또한 0.01%에서 0.05%로 상승 폭이 커졌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던 '갭투자'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월셋집이 점차 많아질 수밖에 없어 갭투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임대인이 임차 주택을 곧장 월세로 쉽게 바꾸긴 어려울 전망이다.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 "집주인 전세 대출 동의 악용 없을 것"

한편 정부는 임차인이 전세 대출 한도를 늘리는데, 임대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일각에선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저지하기 위해 '꼼수'로 전세대출금액 증액 동의를 거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출 기관은 전세 대출 시행 시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을 확인하지만, 이는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아니다"며 "필요한 경우 보증기관과 협조해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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