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농성 천막에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뒤에도 다시 농성에 나선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428일이나 걸렸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설립신고서를 낸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17일 신고필증을 발급받았다. 대표적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 노조를 합법노조로, 이들의 노동 3권 행사 역시 타당하다고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김주환(53)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20만명의 대리기사 중 단 3명만 산재보험에 가입한, 비정상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지난 20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그를 30일 만났다.
김 위원장은 “특고노동자의 노조설립을 방해했던 ‘전속성’을 정부가 계속 고집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속성은 한 업체에 소속돼 해당 업체의 일을 주로 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이다. 여러 업체에서 뛰는 대리기사들은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산재보험 가입이 사실상 막혀 있다. 그는 “전속성 기준을 전면 폐기하지 않을 경우 특고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이야기도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특정 대리운전업체에 속해 그 업체의 '콜'을 수행하는 대리운전기사만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한다. 전국 20만명의 대리운전기사 중 산재보험 보호를 받는 이가 3명에 그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같은 특고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노무를 제공하고 사업주 등에게서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특고노동자도 고용보험 당연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태반의 특고노동자들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없이 일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특고노동자의 55%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콜을 받는 대리운전기사는 전속성이 낮아 산재보험에서도 제외됐는데, 이 일이 고용보험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달라이더 등 전속성이 낮은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는 현실과도 맞지 않는 전속성 기준은 전면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 수는 현재 47만~54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식 노조의 수장이 된 김 위원장은 정부를 상대로 한 지난한 싸움 외에도 개별 사업장에 대한 단체교섭에도 나설 계획이다. 첫 대상은 16만명의 대리운전기사가 등록된 카카오. 그는 “조합원 의견을 모아 요구안을 바탕으로 가까운 시일 내 카카오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보험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대리기사에게 추가금(보험금의 약 20~40%)을 챙겨간 그간 대리운전업체의 ‘갑질’에도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생활고에 치어 사는 잠재 노조원들이다. 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다수의 대리기사는 노조 활동 동참에 손사래를 친다는 것이다. 실제 그들 사이에는 ‘우리는 힘 없는 모래알’이라는 자조가 상당하다. 현재 전국대리운전노조에 가입한 이는 1만여명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대리기사가 1,000명 남짓인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김 위원장은 “우선 적극적인 처우 개선을 통해 이 같은 인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특고노동자들의 수고로 편리한 삶을 누리는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