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검찰청법 시행령 이르면 다음주 입법예고
신분ㆍ금액 제한은 대통령령 아닌 법무부령으로
법조계 "국가적 반부패 역량 떨어질라" 우려도
이르면 9월부터 검찰은 4급 미만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나 뇌물액이 3,000만원 미만인 공무원 부패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피해액이 5억원에 못 미치는 사기사건도 먼저 손댈 수 없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오랜 논의 끝에 시행되는 검찰 수사권 축소지만, 검찰이 부패범죄 수사의 중추라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의 전체적 반부패 대응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가 30일 고위 당정청협의를 통해 제시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마약 수출입 범죄 포함)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범죄 포함) 등 6개 범위에 한정된다. 구체적으로는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의 범죄, 뇌물액 3,000만원 이상 부패범죄, 사기나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인 경제범죄에 대해서만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법무부령으로 구체적 기준 제시... 논란 있을 듯
이같은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법률에 반영할 지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당초 정부는 모두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할 예정이었지만, 논의 끝에 △죄명으로 정할 수 있는 수사범위 제한은 대통령령으로 △죄명으로 정하기 어려운 수사범위 제한은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5억원 미만의 경제범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검찰이 수사개시할 수 있는 범죄로 대통령령에 넣고, 범죄액에 따른 죄명 구분이 되지 않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에는 법무부령을 통해 특정 금액 이상의 범죄만 수사할 수 있게 재차 제한하는 식이다.
이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정하고 있다. 때문에 죄명이 아닌 금액이나 신분 제한이 대통령령에 들어가면 검찰청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있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검찰 수사 축소 자체가 논쟁적 이슈인 만큼 대통령이 지는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부령(部令)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다. 수사 범위 제한을 법무부령에 두면 정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카드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이 잣대를 조절해 검찰 수사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법무부령은 대통령령과 달리 차관회의나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 없다.
"검찰수사 제한시 부패수사 대응력 저하"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논의됐던 검찰개혁 과제지만,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냐를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국가 전체적으로 부패범죄에 대응하는 역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범죄액이나 피해액이 불거나 새 공범이 발견될 수 있는 게 수사인데, 수사 시작도 전에 피해액이 얼마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그냥 검찰은 부패범죄 수사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검찰개혁위원을 지냈던 김한규 변호사는 "아무리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공직자나 반부패 범죄까지 대상이나 액수를 제한해 검찰 수사권한을 축소하는 게 국가에 도움이 되느냐"며 "시행령 개정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검찰청법 시행령을 이르면 다음주쯤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령안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사법 절차에서 인권 보호, 범죄 대응 역량 약화되지 않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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