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요즘 표정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대처 실패 때문이다. 미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모두 세계 1위이고 브라질과 영국은 남미와 유럽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 이들 포퓰리스트의 공통점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도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중을 향한 메시지는 ‘아무말 대잔치’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가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빈축을 샀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를 ‘코감기’에 불과하다며 2명의 보건장관을 갈아치웠다. 존슨 총리는 이동 제한 조치 발동을 늦추면서 “영국은 자유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좌파 포퓰리스트인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부적을 보여 주기도 했으나 사태는 악화됐다.
□ 정치적 위기에 빠진 다른 포퓰리스트들과 달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코로나가 발생하자 총리에게 국가비상사태 무기한 연장 권한을 주는 초강경 대처로 코로나 사망자수를 한 자리로 유지시키는 등 권위주의를 공고화했다. 이렇게 되자 코로나가 포퓰리즘 바람을 잠재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코로나 대유행 현상은 어쨌든 포퓰리즘의 고름을 짜낼 것”이라며 코로나가 포퓰리즘 퇴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반면, 뉴욕타임스는 오르반 총리처럼 ‘똑똑한 포퓰리스트’들은 오히려 코로나로 권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코로나 사태가 포퓰리즘 정치의 앞날을 어떻게 바꿀지 예단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세계화가 낳은 양극화와 불평등 격화가 포퓰리즘을 촉진했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을 배양한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방역의 실패는 포퓰리스트를 새로운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대체하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모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