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 지분 승계 자발적 의사인지 확인 필요
조현범 - 조현식·희경·희원 '형제의난' 본격화 전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 주주로 떠오른 차남 조현범(왼쪽)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과 장남 조현식(오른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조양래(83)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53)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다. 즉, 앞서 막내 동생인 조현범(48) 사장에게 넘긴 조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조 이사장 측은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은 질병이나 노령 등에 의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법원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에게 보호를 받는 제도다. 지난 2015년 불거졌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94세 고령이었던 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게도 동일한 결정이 내려지면서 형제간 권력 다툼은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 지난달 조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식 2,194만2,693주를 2,400억원 상당에 매각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에 환원하고자 했던 조 회장은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의 운영방안을 고민했다는 게 조 이사장 측 주장이다.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됐다"고 전했다.
법원은 조 회장의 다른 가족들을 법원으로 불러 의견조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조 회장의 정신건강상태를 판별하기 위해 병원에 의뢰해 정신감정 절차도 진행된다. 그 결과에 따라 법원은 조 회장에 대해 후견인 지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는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매수한 조 사장이 지분율 42.9%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이어 장남인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19.32%, 차녀인 조희원(52)씨 10.82%, 장녀 조 이사장 0.83% 등의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2세 중 장녀인 조 이사장이 승계 과정에 이견을 제기하면서, 조 사장과 나머지 형제 간 경영권 분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부회장 법률대리인인 홍용호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조 회장의 한정후견 신청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 일원이자 그룹 주요 주주로서 고민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