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보다 먼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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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보다 먼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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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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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당정, 강남 재건축 용적률 상향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등 수도권 내 국공유지 유휴부지를 택지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 용적률 상향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막판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0.7.28 kane@yna.co.kr/2020-07-28 14:08:2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며칠 전 아내와 저녁 산책에 나섰다. 비 온 뒤라 풀과 나무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천천히 보던 중 젖은 풀잎 위를 기어가는 달팽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동그란 집을 등에 이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지만 귀여웠다. “달팽이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래.” 아내의 한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소유의 집 하나는 갖고 있으니 금수저가 맞다고 맞장구를 치며 웃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의식주 중 하나인 집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장 크게 느낄 때는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으로 평생 열심히 월급 모아봐야 내 집 하나 장만하는 게 불가능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언급한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는 건 망했다)이라는 말은 이미 자조 섞인 유행어가 됐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관련 정책과 입법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6ㆍ17 대책에 이어 7ㆍ10 대책을 내놨고, 여당은 국회에서 이른바 부동산 세금 3법, 임대차 3법 등 관련 법안의 상정과 의결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여당 의원은 방송 토론 이후 ‘어차피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말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민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 효과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다.

최근 방송된 MBC ‘PD수첩’은 정부의 전현직 고위공직자 340명 중 2주택 이상 보유자가 109명(32%)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특히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에서 전현직 실장급 이상 공직자 43명 중 15명이 다주택자였고, 유관기관인 기획재정부에서는 20명의 재산공개대상 중 8명이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의 20% 이상, 통합당 의원의 40%가 주택을 여러채 가지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3명이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방송에서 “정책을 내놓을 이들이 정작 다주택자라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겠냐는 (주권자들의) 의심이 있는 거죠. 또, 그 의심은 합리적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다주택 처분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산권 침해라는 반론도 있지만 고위 공직자는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30일 한 여론조사에선 고위 공직자 1주택 소유 제한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63.5%로 나타났다.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주식처럼 부동산도 백지신탁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어 가고 있다.

물론 고위공직자가 실거주 한 채를 남기고 소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가 변화를 직접 보여주면 국민들은 그 자체를 부동산 정책이라고 여길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하면 정책의 진정성도 덜 의심받을 것이다. 여느 부동산 규제보다 효과와 상징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희경 영상사업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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