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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인류에게 가장 큰 화두는 백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소식이 들려온다. 가을에 개발이 완료되어 곧 사용될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아직 임상 3상의 결과가 어디에서도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관은 금물이라는 신중론 또한 크게 들린다. 대체 백신 개발은 어느 단계에 와 있으며, 생산되는 백신은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
속도내는 백신 개발
지난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5회에 걸쳐 개최된 글로피드알(GLOPID-r) 코로나19 연구 시너지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피드알은 세계 주요 감염병연구 지원기관들의 네트워크이다. 이 회의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석과학자 스와미나탄 박사는 현재 수많은 연대임상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연구결과가 혼선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잘 설계된 임상시험이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치료제를 두고 한 것이지만, 백신에 대해서도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다.
글로피드알 회의에서는 백신, 치료제, 바이러스전파와 2차 웨이브 대비, 사회과학적 쟁점들에 대해 논의했고, 마지막 회의에서는 웰컴트러스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WHO측 발표자들이 현황을 보고했다. 이 중 전염병예방혁신연합은 백신 연구개발을 위해 14억달러를 확보,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연구단에 3억8,400만달러, 노바백스에 3억8,000만달러, 클로버제약에 7,000만달러, 이노비오에 1,7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백신 개발의 가장 큰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언제쯤 나오게 될까. WH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백신은 200여개이며 이중 25개가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그중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는 침팬지아데노바이러스벡터를 사용한 백신후보물질 AD1222를 임상 3상에 진입시켜 주목받고 있다. 이것과 모더나를 포함해 임상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는 총 5개이며, 그 중 3개가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중국에는 임상 2상을 마친 후 비축용으로 긴급 사용 승인한 제품도 있다.
국내 백신 개발 경쟁, 협력 필수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임상 1상에 진입한 제넥신이 내년 하반기에서 2022년 사이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현재 전임상 시험 중인 GLS-5310 DNA 백신을 연내 임상시험에 진입시켜 2022년 상반기까지 긴급사용승인을 취득, 국내용으로 비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많은 후보가 탈락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자체 개발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해외 개발 백신 생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6월에 발표된 정부의 지원 대책에 따르면, 국내 개발 중인 10여개 백신후보 중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3개를 전략적으로 지원하여 내년 하반기에서 2022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필수 인구 500만명을 위한 백신을 확보한다고 한다. 이는 고위험군 등 접종 우선순위 집단에 먼저 투여될 것이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참여하게 되었다니, 국내용으로 얼마를 확보할 것인지에 따라 사용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국내 개발 중인 백신은 DNA, RNA, 단백질 서브유닛(subunit), 바이러스 벡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 입각한 후보 백신 사이에서 경쟁을 자제하고 상호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액티브'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액티브 모델(ACTIV: Accelerating Covid-19 Therapeutic Interventions and Vaccines)은 지난 4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 및 승인을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정부 관련 부처와 20개 제약회사, 게이츠재단, NIH재단 등 비영리기구를 포함하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백신 개발 과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경쟁 대신 개발사들이 유효성시험단계에서 IRB 승인, 데이터 분석과 모니터링, 면역원성 분석, 통계학적 분석을 공동으로 진행하자는 협업을 통한 신속화 구상이다.
저개발국 백신 분배의 중요성
백신의 조속한 생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 세계에 골고루 분배하는 할 것인가 이다. 글로피드알 회의에서도 백신의 공평한 배분을 위한 글로벌 협력 방안을 점검했다. 지난 4월 이미 WHO, CEPI, 백신연합(GAVI), 글로벌펀드,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게이츠재단, 웰컴트러스트, 세계은행,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은 진단제, 치료제, 백신의 공평 분배를 추구하는 접근 가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6월 초 개최된 글로벌백신서밋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32개국과 12개 기구가 저개발국 인구를 위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5억6,7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7월 중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5개국이 글로벌 백신 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 메커니즘은 GAVI, CEPI, WHO를 공동 주관기구로 하며, 2021년 말까지 20억회분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참여의사를 밝힌 75개국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90개 저개발국 국민에게도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이 메커니즘에 포함된 165개국은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분배의 원칙은 의료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한편, 국가별 인구에 비례해 인구 중 20%를 위한 분량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백신의 확보를 위해 백신 연합 주도로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발의 선두에 선 아스트라제네카는 개발에 성공하면 3억회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신연합의 세스 버클리 대표는 코백스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임을 단언하고 있다.
공평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몇 개의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세계 유수의 백신 제조사와 연구단이 세계 도처의 제조사들과 합작하는 이유는 단독으로는 많은 양의 백신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리나라의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인도의 혈청연구소, 이탈리아의 카탈렌트 등 여러 나라 백신 제조사와 협력하여 연간 20억회분 이상을 생산하고, 그중 절반을 인도의 혈청연구소와 협력해 생산한다고 한다. 현재 인도,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총 17개국에 걸친 50개 제조사가 '개발도상국백신제조사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네트워크의 중요한 과제가 백신 대량 생산이다.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이라 하면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파마, 유바이오로직스, 한국백신 등 국내 5개 제약사가 이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글로벌 협력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와 연구자들은 해외 제조사 및 연구진과 더 협력하고, WHO 주도로 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 연대임상시험에도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이 백신의 공평한 분배 및 저개발국 지원을 위한 국제적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국민의 이해도 꼭 필요하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으며, 우리는 세계 모든 곳의 유행이 종식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
지영미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 및 R&D 블루프린트 과학자문위원
지영미 위원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장, 국제백신연구소 이사 등을 역임한 감염병 전문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R&D블루프린트 과학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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