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휴대폰·가전 선방, 2분기 8조원대 영업익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라는 초유의 경영 위기 상황을 딛고 올해 상반기 무난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산업 확대로 수혜를 입은 반도체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다른 주력 사업도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을 늘리며 선전한 덕이다. 삼성의 하반기 실적 역시 코로나19의 진정 정도, 특히 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이 얼마나 되살아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가전도 선방
삼성전자는 30일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3.5% 증가하며 2018년 4분기 이래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상반기 누적액 기준으로도 매출(108조2,9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14조5,900억원)은 13.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또한 11.8%에서 13.5%로 크게 개선됐다. 코로나발(發) 세계적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익성은 대폭 높인 셈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2분기 5조원 후반대(5조7,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호실적을 이끌었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향(向) 칩 수요는 부진했지만 트래픽(인터넷 이용량) 증가, 원격교육 확대 등으로 클라우드서버 및 PC(개인용컴퓨터)향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DS부문에 속한 디스플레이 사업도 고객사 애플과의 '최소 구매량 보전' 계약에 따른 1조원 안팎의 일회성 수익 덕에 전분기 적자에서 3,000억원대 흑자로 전환했다.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과 소비자가전(CE)부문도 기대 이상의 이익을 냈다. IM부문은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수요 침체로 2분기 매출(20조7,500억원)이 2011년 4분기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수익성을 개선한 중저가폰의 판매를 늘리는 전략이 주효해 2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1조9,500억원)을 냈다. 덕분에 2분기 삼성 스마트폰 총 판매량도 시장 전망(5,200만~5,400만대)을 상회하는 5,700만대에 달했다. CE부문은 TV 매출 감소 공백을 에어컨, 건조기 등 생활가전이 만회하며 1년 전(6,900억원)보다 나은 영업이익(7,300억원)을 냈다.
하반기 관건은 스마트폰 부활
삼성전자는 이날 하반기 실적을 전망하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나 업계 경쟁 심화 등 리스크(위험요인)이 있지만 현재로선 세트(완제품)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서병훈 경영지원실 부사장)며 신중하지만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삼성이 특히 기대하는 점은 스마트폰 수요 반등이다. 스마트폰 자체가 삼성의 주력 제품일 뿐더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회사가 만드는 부품의 핵심 수요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실적을 견인했던 서버용 메모리 칩 수요가 서버업체들의 충분한 재고 확보로 하반기 감소할 거란 관측이 우세한 터라, 삼성 입장에선 스마트폰 시장 향방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다음달 5일 온라인 언팩(제품 공개) 행사에서 공개할 갤럭시 노트20, 갤럭시 폴드2 등 플래그십(대표) 모델의 판매 실적이 회사 하반기 실적의 시금석이다. 또 10월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 아이폰12 시리즈의 흥행 정도에 따라 삼성이 이 제품에 공급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판매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미국, 유럽, 인도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33% 급증하며 강력한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요국이 코로나19 여파로 미뤄둔 5세대(5G) 통신망 구축 사업을 재개할 경우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발생할 거란 기대도 높다. 다만 삼성 스마트폰의 주요 시장인 미국, 인도 등에 코로나19 재유행 징조가 보이는 점은 불안 요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