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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성추행, 칠레 땐 '파면' 뉴질랜드 사건은 감봉 1개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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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성추행, 칠레 땐 '파면' 뉴질랜드 사건은 감봉 1개월 왜?

입력
2020.07.29 18:27
수정
2020.07.29 22: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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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한국 외교관 성추행 혐의 사건 전말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웃고 있다.AP 뉴시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웃고 있다.AP 뉴시스


2017년 말 발생한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교부의 자체 조사로 일단락된 사건이 28일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언급되면서다.

엇갈리는 주장

뉴질랜드 언론 보도와 외교부 설명을 종합하면, 고위 남성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 국적 남성 직원 B씨의 엉덩이와 가슴 등을 만지는 등 3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2018년 정기 감사에서 B씨 진술을 토대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A씨는 성추행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부인해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낀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B씨는 외교부 징계 이후인 2019년 뉴질랜드 경찰에 A씨를 고발했다. 하지만 A씨는 3년간의 뉴질랜드 근무를 마치고 이미 아시아 지역 공관에 부임한 상태였다.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뉴질랜드 언론이 최근 재조명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급기야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정상 간 공식 대화에서 상대국 외교관 비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29일 전했다.

면책특권 뒤에 숨었나

일부 뉴질랜드 언론은 한국 정부가 '외교관 면책특권' 을 앞세워 A씨를 비호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면책특권은 해당 국가에서, 공무 범위 중 발생한 범죄에만 해당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공무상 범죄로 보기 어렵고, 현재는 다른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애당초 A씨는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뉴질랜드 경찰은 지난 4월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외교부에 수사 협조 요구를 해왔다. A씨를 뉴질랜드로 보내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지만, 범죄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자국 외교관 신병을 넘겨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범죄인인도청구도 어려울 듯

뉴질랜드 정부가 A씨를 합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한국과 뉴질랜드는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ㆍ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의 경우 신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이런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 스터프도 "뉴질랜드 정부가 해당 외교관 인도 요청은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보도했다. A씨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A씨 신병을 넘기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특히 양국 사전 외교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지도 않은 채 뉴질랜드 총리가 정상 간 통화에서 이 문제를 갑자기 언급한 것은 외교 관례상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칠레 사건 땐 '파면'...이번엔 감봉 1개월?

외교부의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이 적절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개월 감봉은 견책 처분과 함께 경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소극적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많다. 외교부는 2016년 칠레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소환된 외교관에게 '파면' 중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 칠레 사건과 차이는 있지만 '1개월 감봉'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외교부 소식통은 "성추행 혐의가 명확하게 소명되지 못한 점 등이 두루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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