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소비자가전박람회(CES)’는 정보기술(IT)전자 업계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1967년부터 올해까지 반세기 넘게 이어온 이 전시회엔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최신 기술과 신제품으로 기술력을 뽐냈다. 해마다 전 세계 취재진들이 행사장에 몰려든 이유다. 올해 초 열린 CES 2020엔 155개국에서 4,500여개 기업과 18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하지만 내년 CES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염려한 주최측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개최를 결정하면서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28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전 세계의 전시업체, 고객, 사상가, 미디어를 연결하는 방법을 재구상하고 있다"며 "CES 2021은 새로운 디지털 경험이 될 것이다"고 발표했다. 2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오프라인 박람회 개최는 위험하다고 판단, 내년 행사는 온라인 상에서 진행할 뜻임을 내비친 셈이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도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 만명이 안전하게 직접 만나 사업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CES가 전시회가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기는 1967년 첫 전시 이후 내년이 처음이다.
CES는 매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됐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나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로 선보였던 ‘IFA’ 행사와 더불어 세계 3대 IT전자 전시회로 꼽힌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해 온 CES의 경우엔 기존 IT 전자 부문에 더해 자동차와 무인항공기(드론) 등으로 참가 영역이 확대되면서 미래 기술 경영의 장으로 각인돼 왔다.
주최측의 공식 발표가 나왔지만 IT전자 업계 내에선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감안할 때 내년 CES 행사의 오프라인 개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게 사실이다. 이미 지난 2월 계획됐던 ‘MWC 2020’ 전시회가 코로나 19 여파에 무산된 데 이어 내년 행사도 온라인 개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 가을로 예정됐던 ‘IFA 2020’ 박람회 또한 예년에 비해 전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등 정상적인 진행은 불가능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전자 업계도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CES와 MWC, IFA 등은 단순히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인 각축장으로서의 의미에 더해 신규 거래선 발굴의 기회로도 활용돼 왔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CES 등은 전자ㆍIT 업계가 총출동해 신기술을 선보이고 경쟁 회사의 기술, 제품들을 보면서 트렌드를 공유하고 벤치마킹도 하는 곳"이라며 "전 세계 기업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미래의 사업을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당분간 해외 현지 법인들을 활용한 국가별 맞춤형 현지 신제품 출시 행사로 대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 상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돼 왔던 기존 마케팅 전략은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