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조사국 분석
"선진경제 공통의 구조적 문제... 정책해법 어려워"
우리 경제에 신생 기업의 성공 사례가 드물어지면서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신규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고용 없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국은행의 '조사통계월보 7월호'에 오삼일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과 이상아ㆍ강달현 조사역이 공동 게재한 '신생기업 감소와 거시경제적 영향'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초반 이래 신생기업의 시장진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구진이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토대로 신생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사업체 가운데 신생기업 비중은 2002년 19%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 추세를 이어가며 2018년 11.2%까지 떨어졌다.
신생기업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11.1%에서 2018년 6.1%까지 감소했다. 반대로 창업 8년 이상 기업이 전체 기업 및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우리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늙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별로 나눠봐도 공통되게 나타났다. 심지어 '신산업'으로 불리는 통신ㆍ금융ㆍ정보기술ㆍ사업서비스업 등의 경우에도 신생기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 감소는 통상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지 못하면 생산성 낮은 기업이 오래 생존하고, 잠재적 경쟁 기업의 출현을 막아 혁신적인 기업의 등장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생기업일수록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이 늙는 것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기업이 늙으면서 2017∼2018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3%, 순고용창출률은 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1∼2002년보다 각각 2.1%포인트, 1.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신생기업 감소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선진경제 공통의 현상이자 고민거리다. 요인을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인구 고령화와 노동공급 증가세의 둔화다. 다른 하나는 대외 개방으로 인해 국제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요인이 사실상 정책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수에 가까운 조건이라 교정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정책 대응에 한계가 있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도 새 기업의 시장 진입을 상당 기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상품 시장 규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높은 수준임을 고려해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규제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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